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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어린이 통학차량…'빨리빨리' 문화가 부른 참극

입력 2015-07-16 11:42:01 수정 2015-07-16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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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안전과 지원을 위한 어린이 통학차량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국회의원 설훈,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세이프키즈코리아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가운데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대책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 컨퍼런스는 국민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어린이와 가족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3월 말에는 용인에서 7살 양예원 어린이가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떨어져 두개골 골절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교차로에서 우회전과 동시에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던 차량 문이 열리면서 예원이가 튕겨 나간 것. 앞서 2013년 3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4살 김세림 어린이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고 이는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금년 1월 말 '세림이법' 개정으로 오는 29일부터는 태권도장 등 학원통학차량 운행 중 사망 및 중상해시 학원을 폐쇄하는 법 규정이 발효된다. 또한 통학차량에 대한 자동차 연식 제한 등 법규가 강화됨에 따라 영세 체육시설업 종사자의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차량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도입해 의무적·정기적으로 교육이수 및 평가를 통해 자격을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역시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국회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는 어린이 교통사고 10대 유형 중 하나로서 우리가 정책적으로 관리해 안전에 소홀함이 없게 해야 한다. 오늘 마련된 컨퍼런스에서 법 규정에 대한 미비점은 보완되고, 안전은 한층 더 강화되는 안전한 통학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사단법인 세이프키즈코리아 황의호 대표와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석 대표의 환영사 이후 주제 발표가 시작됐다.

첫번째 주제발표는 도로교육공단 교육관리처 장석용 교수가 맡았다. 장 교수는 어린이 통학버스의 개념과 어린이 통학버스 교육 현황, 해외 통학버스 교육 사례를 소개하며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을 위해서는 어린이통학버스 구조 변경 비용 지원, 유류세 감면 및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교사 및 탑승 도우미 인력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번째 주제발표는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김용달 부장이 진행했다. 김 부장은 자동차 튜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들며 승인 대상, 기준, 절차 소개 및 어린이 통학버스의 튜닝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황색이어야 하며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후방 확인을 위한 영상장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


패널 토론에서 박천수 연구원은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발생 실태를 분석한 자료와 함께 일반 차량 운전자들이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배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든 운전자들이 어린이 통학버스에 내 자녀, 혹은 이웃집 어린이가 탑승했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경 연구위원은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안전교육 주기를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규제만으로 어린이 안전을 확보하기는 어려우며, 어린이 통학차량 주정차 공간을 설치하는 등 주변 교통환경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종천 연구원은 운전자가 직접 아동을 태우고 내리게 하는 방안, 통학차량 구조 변경에 대한 비용지원 및 등록차량 세제 감면 지원, 동승자 탑승에 대한 인력 지원을 제안했다.

고석 대표는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 원인에 대해 짚었다. 사회 문화적인 측면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통학 및 이동을 마쳐야 하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높은 사교육 열기, 안전 불감증이 있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통학 차량운행 비용을 영세 업자가 오롯이 부담해야 하며 통학 차량 지도인을 별도로 고용하는 데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 제도적 측면으로는 솜방망이 벌금 규정과 태권도 시설만 규제하는 규정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경수 사무관과 최원석 사무관은 관련 부처와 협업해 어린이 통학버스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시민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통안전은 궁극적으로 국민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사무관은 수영장과 학원 등에서 통학버스가 8000대 가량 운영되고 있는데 2000대만 신고가 됐다며 근본적 지원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유동배 경정은 신고의무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할 수 있겠냐는 것. 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과 공익성이 담보된 기관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어린이 교통안전은 관련된 사람들 각자가 해야 할 바를 다 할 때 더 높아진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때 방청석에서도 국민들이 운전 면허를 딸 때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안전교육을 포함하자는 의견이 나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로 인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청주 세림이, 용인 예원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대책을 강구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genie89@hankyung.com
입력 2015-07-16 11:42:01 수정 2015-07-16 11:47: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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