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걷는 엄마와 느긋하게 주위를 살피는 아이는 우리가 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광경이다. 느리게 걷는 아이의 시선 끝에 무엇이 있을까? 아이에게만 보이는 도시의 특별한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 출간됐다.
한솔수북의 ≪엄마, 잠깐만!≫은 누구에게나 생길 만한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한 아이와 엄마가 거리를 걷고 있다. 엄마는 바쁜 듯 연신 시계와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고, 달리듯 걸으며 아이에게 연신 “빨리” “서둘러”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와는 반대로 천천히 걷고, 엄마에게 자꾸 “잠깐만!”이라고 외친다. 그때마다 아이 눈에는 멋진 세상이 펼쳐진다. 산책에 신이 난 강아지와 만나고, 도로 공사를 하는 아저씨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공원에서 꽥꽥 우는 오리에게 밥을 주기도 한다. 멋진 일은 주위를 천천히 살피는 아이에게만 보인다. 엄마는 오직 서둘러 걷기만 하기 때문이다.
둘이 지나는 아스팔트 거리, 다양한 상점, 작은 공원은 아이들에게 무척 친숙한 장소다. 익숙한 도로에서 열대어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 광고를 접하고, 화단에서 꽃도 보고∙∙∙. 아이들은 책 속 아이가 접하는 재미있는 일들이 자신도 경험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야기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또한 그림을 통해 담장, 가게, 자동차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도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포착해, 우리 일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느리게 걷는 아이는 바쁜 엄마의 속을 태우지만 세상을 유심히 바라보는 멋진 눈을 가졌다. 모든 아이들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다. 《엄마, 잠깐만!》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조금 천천히 세상을 살피면 어른도 그런 놀라운 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한눈파는 아이도 바쁜 엄마도 반할 특별한 그림책이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