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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계의 '김태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각종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류지원산부인과 전문의가 드디어 엄마가 됐다.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본인의 출산 스토리와 임산부 건강 상식.
글 이미나 사진 이병동(그감독 스튜디오)
산부인과 전문의는 어떤 방식으로 태교를 했는지 궁금하다
제 생각엔 임신 30개월부터가 중요해요. 아빠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자기 전에 잠깐씩이라도 책을 읽어달라고 했어요.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DIY 키트를 이용해 아기 인형이랑 베개를 만들기도 했어요. 태교는 아기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기 보다는 엄마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태반을 타고 아기에게 넘어가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저는 에릭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웃음).
임신 중 운동이나 식단관리는 어떻게 했나
남편과 퇴근 후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고 간식은 과자를 끊고 치즈, 달걀 등 단백질 위주로 먹었어요.
외모는 출산 전후 변화가 없어 보인다. 산후 휴가는 얼마나 썼나
2달 밖에 안 쉬었어요. 원래 교과서적으로는 6주면 산욕기가 끝나요. 그런데 실제 경험해 보니 아이 생후 100일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2달 됐을 때 아직 아기는 제대로 눈도 못 뜨고 불안정한데 출근을 하니까 몸도 몸이지만 기분이 우울했던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는 팔목이 너무 아파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의원, 정형외과를 전전했죠. 팔목 통증을 줄이려면 안아주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는데 워킹맘이다 보니까 그게 안 됐어요. 오면 바로 아이부터 안아주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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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점을 어떻게 극복했나
재인이가 밤에 잠을 자기 시작하고, 웃기 시작하고, 저와 눈을 마주치기 시작하면서 우울하고 힘든 건 자연스럽게 많이 나아졌어요. 엄마가 없어도 생각보다 잘 크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안심이 되면서 저도 안정을 찾았죠.
출산할 때 어땠는지 들려 달라
출산 예정일 3~4일 전까지 일했어요. 몸이 무거워서 힘들었어요. 아이가 거꾸로 있는 둔위라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아팠죠. 출산 전에는 가스가 나올 때까지 되도록 금식하는데 제가 막상 겪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진통제도 너무 아플 때만 요청하면 주는 게 원칙인데 생각보다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저는 그냥 제 환자들에게 기본 3일 정도는 다 처방해드려요(웃음).
출산 경험 후 진료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전에는 '굳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꼭 출산해야 산부인과 의사는 아니잖아?'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딸 재인이를 낳고 나니까 설명을 해줄 때 조금 더 생생하게 전달이 가능해요. 제왕절개 하신 분들 외래 내려와서 소독 받잖아요. 출산 전에는 엄마들이 빨리빨리 못 눕고 행동이 더뎌서 제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가요. 지금은 오히려 속으로 '생각보다 잘하고 있네?' 이런 기특한 마음이 들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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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임산부들과 통하는 것도 더 많겠다
임신했을 때 환자를 보면서 행복했어요. 산부인과 의사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죠. 제가 임신했을 때도 산모들이 제게 동지애를 느껴 배려해주시고 참 잘 해주셨어요. 서로 얘기할 것도 많아서 감사한 마음을 많이 느꼈어요.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는 누가 해줬을지 궁금하다
같은 병원 동료 여의사가 해줬어요. 초음파는 정밀진단인 경우 다른 의사가 봐줬지만 시간날 때마다 제가 직접 아기를 보기도 했어요.
몸조리는 어떻게 했나
병원에도 최대한 오래 입원해 있었고 퇴원 후 산후조리원, 산후도우미 모두 경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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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몸매관리는
식사량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운동은 못 했지만 식이요법에 신경썼어요. 운동을 다녀보라는 남편의 조언으로 아쿠아로빅을 신청했다가 아이 볼 시간이 부족해서 한 번 하고 못 갔어요.
육아를 하면서 남편과 충돌한 적은 없었는지
원래 제가 남편을 '아기야~'라는 애칭으로 불렀거든요. 그런데 이제 진짜 재인이가 태어나니까 제가 "아기야~"하고 부르면 "둘 중 어느 아기?"라고 물어요.(웃음) 남편은 제가 아기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워킹맘이다 보니까 아이에게 항상 미안해서 근무 외 시간은 모두 아이와 함께 하게 되더라고요. 남편은 출산을 했더라도 엄마로서도 여자로서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출산 전에 저희 부부가 함께 영어 회화 학원을 다녔는데 제가 출산 후 못 다니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자신의 생활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해줬어요. 남편이 제 손을 잡고 필라테스를 등록해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를 인식하고 애착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시간이 없어서 위약금을 물고 환불했어요. 지금도 방송활동 외에 팟캐스트 진행 등 외부 활동을 할 때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요.
어떤 내용의 팟캐스트인가
산부인과 의사 류지원과 봄쌀 에디터의 '임신, 출산, 육아 전문 팟캐스트 맘맘맘'입니다(blog.naver.com/podcastmom).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매주 한 권씩 육아서도 소개해요. 육아용품에 대해 토론하고 전업맘, 워킹맘, 경단녀 등 여러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청취자들의 반응이 좋아요. 사전 원고 없이 100% 리얼로 진행돼 현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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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건강 상식 Q&A
Q. 임신인 줄 모르고 술을 마셨는데 괜찮을까요?
A. 수정 후 1~2주까지는 'all or none'의 시기입니다. 일정량 이하일 때는 전혀 반응이 없고 한계치 이상이 되면 최대로 나타난다는 의미예요. 수정란이 독성물질에 다량 노출이 되어 세포에 큰 손상을 받으면 배아기 상태에서 소멸하게 돼요. 자연유산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독성물질에 소량 노출돼 일부 세포들이 손상을 받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세포가 그 손상 받은 세포를 잘 보완해 주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면 일부 세포 손상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습니다.
Q. 나이가 많은데 임신 가능할까요?
A. 만 35세 이상의 고령임산부는 고혈압, 임신중독증, 당뇨병, 제왕절개분만, 저체중아, 조산, 신생아 이환과 사망률의 발생 빈도가 높아요. 하지만 이런 합병증은 비단 고령일 때만 생기는 문제가 아닌 통계적인 숫자에 불과합니다. 충분한 산전관리와 적절한 치료로 얼마든지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어요.
Q. 임신 중 성생활 즐길 수 있나요?
A. 임신 중에도 충분히 성생활은 가능하답니다. 서로의 사랑과 교감을 이끌어내는 부부만의 특별하고 소중한 커뮤니케이션이죠. 다만 자궁경부를 자극할 수 있는 깊은 삽입은 피하세요.
Q. 커피는 하루에 몇 잔 정도가 괜찮나요?
A. 커피는 최소한으로 마셔야 해요. 저는 한잔이 아니라 하루에 최대 세 모금 정도만 입에 댔어요.
Q. 출산후 몸매에 자신이 없어요
A. 출산 후 한 달 이후에 남아있는 부기는 그냥 살로 굳어져 비만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이뇨작용이 강한 늙은 호박이나 옥수수 수염 삶은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산후 6개월 이내에 체중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그 체중을 내 몸의 기본 체중으로 인식하고 세팅을 다시 하게 됩니다. 출산 후 3개월부터 6개월까지 조금 힘들어도 체중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 재인이 착용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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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크리미다람쥐 티셔츠(2만9000원), 엔젤 니트바지 그레이(6만5000원),스트라이프 보아점퍼 가디건(4만2000원),쁘띠 치마레깅스 바이올렛(2만8000원). 모두 엔젤비닷
이 기사는 육아잡지 <매거진 키즈맘>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