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폭발'이란 엄마들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다.
엄마 폭발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어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징징거린다. ② 생활연령이 3세로 후퇴한다. ③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이성적이로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④자존감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느낀다. ⑤모든 것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미국 최고의 엄마 블로거 28인이 ‘엄마 폭발’ 순간을 고백했다. 아이에게 완벽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예약까지 해가며 비싼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이가 감사해하지 않아서 뚜껑이 열린 적이 있는지? 딸래미가 미용실 놀이를 한답시고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바람에 냉정을 잃었다고? 모두 이들의 이야기다. 아이가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나무랐는데 알고 보니 당신이 깜박 잊고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고? 맞다. 이 엄마들도 당신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블로거 28인이 자신의 에피소드를 모아 만든 신간 '엄마 폭발(나무발전소)'은 엄마라는 신세계에 입성한 사람이라면 읽다가 배를 쥐고 격렬하게 웃어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당신 마음을 알아주는 여자친구가 28명이나 생긴 느낌이 들 것이다.
모성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단순화 시키기에 엄마라는 직업은 참으로 견뎌야 할 것들이 많다.
세계에서 24시간 동안 감정노동을 하는 유일한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엄마일 것이다. 엄마들은 동시에 아내, 며느리, 학부형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임신, 육아, 가사, 맞벌이까지 나열하기도 벅차다. 육아는 전쟁터에 한가운데 설치된 고리 3개를 연달아 통과하는 서커스와 비슷하다. 육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유난을 떤다고 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휴식이 없는 감정노동에 엄마는 지쳐갈 수 밖에 없다.
미국 파워 블로거 28인의 엄마들이 엄마 인생 최악의 순간을 고백한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된 탓에 어른인데도 너무나 힘들고 절망한 나머지 아이처럼 마구 난동을 피우고 싶었던 경험을 서슴없이 공개한다. 똥이 덕지덕지 묻은 방, 공항 보안요원에게 모유를 검사당한 사연, 번화가 한 가운데서 낯선이와 큰 소리로 싸운 일, 출산후 기분전환을 위해서 미용실에 갔는데 미용실 언니가 출산일이 언제냐고 물어서 의기소침해진 사연 등등.
아기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웃음이 사라지고고,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신이 기운을 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리 지르는 것밖에 없다.
엄마#1: “한 번은 시댁 식구들 앞에서 폭발하고 말았어요. 일곱 가지 욕을 내뱉고 나서 방을 뛰쳐나갔죠. 이제 시댁 식구들이 무서워서 우리집에 못오겠대요.”
엄마#2: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요전에 나는 학교 주차장에서 폭발했다니까요. 다른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내가 욕을 퍼붓는 소리를 다 들었어요. 휴가 나온 선원들이 술집에서 행패 부리는 것처럼 시끄러웠을 거예요. 학교 경비원이 퇴근한 후여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엄마#3: 나는 그보다 더해요. 공원에서 폭발했는데 경찰이 출동하고 구급차가 왔어요.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병원에 며칠 있었는데, 그 며칠 동안의 일이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아요. 그래도 요즘은 그럭저럭 잘 대처하고 있답니다.
엄마 폭발에서 살아남은 엄마들은 안다. 완벽한 육아? 그런 건 없다.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육아? 그런 것도 없다. 그리고 글쓰기로 자신을 보호해온 엄마들은 폭발이 찾아올 때마다 한 줄기 희망의 빛도 따라온다는 것도 안다. 28인의 각기 다른 처지에 엄마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엄마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엄마는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것, ‘폭발’ 또한 엄마 노릇의 일부라는 것을.
※엄마 폭발이란?
엄마의 일을 하다가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현상. 엄마만이 겪는 직업병(?)을 이르는 신조어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