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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엄마가 들려주는 좌충우돌 떠돌이 육아

입력 2016-03-04 16:24:00 수정 2016-03-04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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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프랑스, 튀니지, 미국 등 다양한 나라를 누비는 유복렬 씨. 늦은 결혼과 임신, 출산은 물론 이 나라 저 나라 옮겨가며 격렬한 해외 육아를 경험했다.

글 노유진

kizmom 태교는 어떻게 했는지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부분의 워킹맘들에게 태교라는 것은 사실상 사치에 불과하죠. 제 경우 35살에 결혼을 해서 36살에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결혼 생활과 외교관 일을 동시에 시작했는데, 워낙 남성 중심의 사회인 데다 경직된 외교부 분위기에서 태교를 생각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어요. 게다가 당시만 해도 사무실 금연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라서 임산부가 있든 말든 사무실에서 줄담배를 피워대는 남자 직원들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삭이 될 때까지도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 통역을 했으니, 엄마가 느끼는 그 엄청난 긴장감을 아이가 고스란히 받지 않았겠어요? 둘째 아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임 외교관으로 해외근무 중에 입덧이 심해서 무척 고생했지요. 제가 유일하게 배 속의 아이들을 위해서 했던 것은 중독에 가까운 커피를 끊는 일이었어요. 임신을 했다고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실제로 태교라는 건 생각도 못 해봤어요.

kizmom 한국과 프랑스에서 출산했을 때의 차이점은

한국에서 첫째를 낳았고 프랑스에서 둘째를 낳았습니다. 프랑스는 매우 엄격한 모자 보건 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 검사가 무척 많습니다. 더구나 둘째는 41살에 낳았기 때문에 병원에서 각별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서양의 경우, 산모라고 해서 별도로 특별한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와 똑같은 음식을 주는 데다 아이를 낳자마자 시원한 오렌지주스 등을 그냥 마시라고 하죠. 하지만 전문가들 말로는 동양사람과 서양사람이 체질이나 체력 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전통적인 방식으로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하더군요. 둘째를 낳고 프랑스 병원에서 주는 음식이 먹기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퇴원해서 친정엄마가 차려주신 첫 밥상이 소고기뭇국, 나물반찬, 병어조림이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kizmom 외국에서의 육아는 어땠나

많은 식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그리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키울 때 집안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늘 외롭게 지낸다는 느낌이죠.. 아이들 생일이나 명절에는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들었고요. 저는 대가족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도 늘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을 그리워했어요. 외국 생활의 장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한국의 주입식 교육보다 프랑스의 감성적 교육과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방식을 접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점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유익했고요. 그리고 가족끼리만 있으니 단합이 훨씬 더 잘 되는 편입니다. 여행이나 대화를 많이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가족의 추억이 쌓이게 되죠.

kizmom 여러 나라 중, 배울 만하다고 생각한 육아법이나 훈육법은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들 교육에 무척 엄격한 편입니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죠. 제 책인 ‘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소개돼 있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라고 봐주는 경우가 없어요. 훈육에 일관성이 있죠. 아이들이 공공예절을 철저하게 몸에 익혀야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문화생활도 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오페라도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자연스럽게 외출을 많이 하죠. 어디를 가나 줄을 잘 서고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사회적 매너의 비결은 어려서부터 받는 철저한 가정교육이랍니다.

kizmom 아이들을 외국에서 키우면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육아용품을 추천한다면

아이들을 자동차에 앉히는 카시트, 그리고 아이를 등에 지고 등산도 하고 외출도 하는 베이비 캐리어, 이 두 가지가 가장 유용했어요.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우리 가족에게 필수적인 육아용품이었죠. 그리고 모차르트 음악에 맞춰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있었는데 두 아이 모두 좋아했어요.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됐죠.

kizmom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사는 삶이 아이들에게 어떻다고 보는지

아이들은 아무래도 한 군데 정착해서 살지 못하다 보니 친구도 오래 못 사귀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절대 외교관이 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것을 보면 엄마의 직업 때문에 몸과 마음 모두 고생이 많았나 보다 싶어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적응력을 키우고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력에는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kizmom 나라를 옮겨다니며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이삿짐이 도착하기 전까지 빈 집에서 지내는 일이 종종 있어요.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집에서 며칠 지내자고 살림살이를 다시 살 수도 없으니 페트병을 잘라서 밥그릇 대신 쓰고 바닥에 수건 몇 장 깔고 잘 때가 있죠. 온 식구가 한 방에 모여 그렇게 며칠 지내다 보면 깔깔대고 웃을 일이 많아져요. 저는 성격상 매사 긍정적인 편이라 아이들도 그런 저를 많이 닮게 된 것 같아요. 튀니지에 부임할 때는 첫째가 8살, 둘째가 3살이었는데 그때 제가 발령받은 상태에서 장기 출장을 가야 했어요. 프랑스와 아프리카 몇 개국 출장이었는데, 하는 수 없이 아프리카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지 못한 채 파리 공항에서 식구들을 만나 거기서 다시 튀니지로 부임을 했어요. 2주 가까이 출장을 다니다 집에도 못 간 채 바로 다른 부임지로 간다는 것 자체가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더군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엄마를 외국 공항에서 만나서 거기서 다시 아프리카 어느 나라로 함께 떠났으니 말입니다.

kizmom 남편과 교육 방식의 차이로 대립했던 적은

남편은 아이들한테 상당히 엄한 편이에요. 예의범절에 대한 강박관념이 좀 심한 편이죠. 저는 그런 남편이 늘 못마땅했어요. 너무 에누리 없이 빡빡하게 구는 게 싫었죠.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순간순간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서 자꾸 봐주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아이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 순간만 극복하면 아이들도 떼써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공예절을 익히고, 그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사회생활하기가 아주 편해지더라고요. 엄마들이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르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유지할 필요가 있어요.


kizmom 교육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나라는

아이들이 주로 학교생활을 한 곳이 프랑스고, 저 역시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프랑스 교육 방식에 익숙합니다. 프랑스는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국가가 교육을 완전히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유치원 때까지는 아이들한테 글자를 가르치지 않고 주로 감성교육과 예절교육에 주력하죠. 저는 그런 부분이 프랑스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키워 주는 독특한 교육방식이죠. 획일화된 커리큘럼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여유있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 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 >
여러 나라를 떠돌며 두 딸을 키워온 외교관 엄마의 솔직한 육아 에세이.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마음과 2~3년 주기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생존전략, 여러 나라의 교육 문화를 생생한 묘사와 유쾌한 문장으로 담아냈다. 눌와. 1만3000원.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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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4 16:24:00 수정 2016-03-04 16:24: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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