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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함께 키우는 즐거움, 부부 육아 공동체

입력 2016-07-08 14:00:02 수정 2016-07-09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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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대한민국 30대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에 불과하다. 비혼인 여성의 경우와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의 경우를 제외하고 추산했을 때 혼인 가정당 한 명의 자녀 혹은 많아야 두 명의 자녀를 낳는 셈이다.

남편과 나 역시 80~90년대 핵가족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외동으로 자라났다. 아이를 키우며 아무래도 아쉬운 점은 우리 아이에게 이모도, 고모도, 삼촌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뿅갹이는 부모의 가까운 친구들을 이모, 고모, 삼촌이라 부르며 커가고 있다.

매우 외향적인 뿅갹이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나면 그 앞 놀이터에서 2시간 가량을 매일 뛰어논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보고 친구들이 놀고 있으면 또 나가겠다며 성화다. 익숙한 어린이집 친구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날 처음 본 친구에게도 말을 걸며 함께 뛰어논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나 얘네 집에 놀러 갈래!"
"뿅갹아, 오늘 처음 본 친구네 집에 어떻게 놀러 가. 미리 약속하고 놀러 가는 거야"
"그럼 우리 집에 놀러오라 그래"

라며 진한 아쉬움을 뚝뚝 흘린다. 그런 뿅갹이의 모습이 내 생전 계획에 없던 '둘째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살짝이나마 하게 된 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에서는 주로 뿅갹이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 모임이나 놀이터 혹은 소아청소년과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뿅갹이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종종 함께 모여 놀곤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엄마들 중심의 모임이다 보니 아빠들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고 엄마들이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게 되면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 우리 가족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부부 육아 공동체가 있다. 교회에서의 '젊은 부부 모임'이 그것이다. 일요일이면 모두 교회에 모여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각자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식당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성경 말씀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그간의 근황을 나눈다.


종교적인 정화의 시간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공동 육아가 가능한 환경이다. 모임은 이제 막 임신 준비를 시작한 신혼부부부터 애가 셋인 집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덕분에 서로 육아에 관한 정보를 나눌 기회가 된다. 일주일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시콜콜한 부부싸움 에피소드부터 살림과 육아의 기술, 시댁에 대처하는 매뉴얼까지, 알고 보면 버릴 게 하나 없는 삶의 지혜들이 강같이 흐른다. 일주일에 한 번, 이날만큼은 아이들도 모여서 뛰어놀며 모두가 모든 아이들의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된다. 아이들이 놀다가 콧물이 나서 아무에게나 뛰어가면 코를 닦아주고 간식을 쥐어주며 기저귀를 갈아 준다. 다른 집 형아, 누나, 오빠, 언니들이 서로 다른 집 동생들을 돌봐주며 함께 논다. 이 곳에서 육아는 결코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

그 외에도 부부 육아 공동체의 순기능은 많다. 여러 육아 모임들이 엄마 위주로 구성된 것에 비해 아빠들도 함께하면서 생기는 장점이 특히 눈에 띈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육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가 혹은 전통적으로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남편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려고 해도 정보를 얻거나 고충을 함께 토로할 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여기저기에서 말하고 있지만, 막상 진입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남편의 경우에도 육아 관련 인터넷 까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엄마'가 아니면 가입을 할 수 없다며 제지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부공동육아모임에서라면 이런 아빠들의 소외감을 덜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만나니 아빠들끼리도 친해져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아빠들도 회사나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하나가 된다.

부부 육아 공동체는 부부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싸움 없는 집이 없고 육아를 쉽게 하는 집이 하나도 없다. 시가나 처가 어른들에 대한 이해도 부부 양쪽의 입장을 함께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커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육아 고민들도 선배 부모들의 조언을 듣고 참고하다 보면 부모로서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일까 우리 교회의 출산율은 평균 2~3명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얼마 전, 젊은 부부 모임에 소속된 가족들끼리 근교로 캠핑을 떠났었다. 아이들까지 다 동원되니 그 규모가 상당했다. 캠핑장 하나를 전세 내고, 짐을 풀고 아이들은 곧바로 물총 놀이를 시작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부터 8살은 족히 되는 형님들까지 저마다 손에 물총을 들고 쏘아 대며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놀다가 숯불에 고기를 구워 배불리 먹었다. 이후 한자리에 모여 노래에 맞춰 율동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낮잠도 넘겨버린 아이들은 다 같이 늦게까지 애니메이션을 보며 그 날 밤을 만끽했다. 그 날만은 일찍 자라고 다그치는 부모도 친구들과의 아쉬운 헤어짐의 시간도 없었다.

지난주에는 바자회를 열어 서로 시기가 지난 아이 옷이나 육아용품들을 들고 나와 저렴한 값에 사고팔았다. 신생아 배냇저고리부터 모빌, 다양한 사이즈의 신발, 로봇 장난감까지 다양한 육아 용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가족도 뿅갹이와 함께 시장놀이를 하려고 요즘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을 골라 바자회에 참여했다. 뿅갹이를 입힐 예쁜 옷도 골라오고 뿅갹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새로운 장난감도 1000원 주고 사 왔다. 그 날 밤, 뿅갹이는 그 장난감이 무척 마음에 든 나머지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전통적인 육아의 형태가 이러지 않았을까. 마을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며 언제나 즐겁고, 누구의 집에 몰려가서 밥을 먹거나 낮잠을 자도 어색하지 않고, 마을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형태였을 것이다. 다 같이 어울려 놀다 보면 아이들의 사회성도 발달하고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수고가 훨씬 덜하다. 아이들끼리 신나게 노는 덕에 부모에게 괜한 땡깡을 부리는 일도 없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라 육아도 한결 수월하게 느껴진다. 매번 새로운 놀잇감을 사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로 즐겁고 행복하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면서 창의성과 언어 감각도 발달한다.

종교라는 코드 없이도 이런 부부 육아 공동체의 형태가 많이 발달했으면 한다. 실제로 지역사회의 일부 엄마들은 공간을 빌려 선생님을 모셔와 함께 배우기도 한다. 또는 맞벌이 부모들의 퇴근 전까지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보편화하려면 제도 개선과 복지 지원과 같은 여러 부분에서의 사회적인 합의가 절실해 보인다.

마을마다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함께 모여 간식도 먹고 즐겁게 뛰어놀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부모들은 언제라도 아이와 함께 찾아갈 수 있으며 각자 재능 기부를 하거나 훌륭한 선생님을 초빙해 아이들이 여러 분야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 모든 시스템이 비용의 부담 없이 복지로 가능하다면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도, 방과 후 케어에 대한 비용 부담도 한결 줄어드니 저출산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7-08 14:00:02 수정 2016-07-09 10:38:00

#25-36개월 , #임신 ,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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