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여행용 가방 하나에 든 물건만을 가지고 일상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도대체 물건은 얼마큼 있어야 할까? 적게 소비하고 간소하게 살아가는 ‘심플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쉴 새 없이 생산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피로를 느끼고,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드는 사회에 지쳤다. 집 안 가꾸기도 대량 생산된 물건으로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이른 바 '공간이 있는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르네(Renee Turner)라는 한 여성이 지난 29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일 년 동안 똑같은 신발만 신고 살았던 경험을 공유했다.
신발 한 켤레만 신고 살기 전에 그녀의 신발장에 신발이 넘쳤다. 그렇지만 발의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신발을 제대로 신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은 의사의 말에 따라 신발을 편하고 단순한 것으로 바꿔야 했다. 그렇게 해서 1년 동안 매일 같은 신발을 신었다. 그런 후 다음과 같은 것을 경험했다.
먼저 신발을 신는 것이 단순해졌다. 얼마나 오래 걸을 것인지 계산하는 것도 필요가 없어졌다. 신발을 신고 거울 앞에서 옷과 잘 어울리는지 보지 않아도 됐다. 남편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어졌다. 즉 여러 개를 두고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절약했고 또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계절과 세일을 그저 간과할 수 있었다. 선택의 범위가 적은 것을 즐겼다.
신발을 한 켤레만 신으니 옷 입는 패턴도 바뀌었다. 신발에 좌우되는 패션을 따르지 않았고, 트렌드에도 관심을 덜 갖게 됐다. 오히려 그녀가 정말 입기 좋아하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옷을 적게 구입했고 구입한 것을 소중히 여겼다. 신발에 맞춰 옷을 고르기 보다는 활동적인 옷을 입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신발이 특별히 튀거나 걷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면 누구도 무엇을 신었는지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얼마 안 가서 신발이 닳았다. 그런데 매일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 한 사람이 다가와서 예쁜 신발이라고 칭찬하면서 전에 보지 못한 신발 같다고 말했다.
이 보도를 접한 호주 시민들은 "신발로 인생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다니 대단하다", "우리가 불필요한 것을 결정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불필요한 것을 사는데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느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신발 한 켤레만 신는 것은 좋은데 조깅을 꼭 해야 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영주 키즈맘 기자 kizm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