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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예전엔 미처 몰랐던 모유수유 이야기

입력 2017-01-04 15:19:41 수정 2017-01-04 15: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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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임신한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이라는 고비만 넘기면 몸의 고통은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자애로운 표정을 하고 아이를 안으면 아이는 젖을 물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게 내려다 본다.

두 아이를 출산한 선배로서 단언컨대, 그것은 환상이다

출산 후에 시작되는 젖몸살과 유두 통증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슴 전체에서 후끈후끈 열이 나기 시작하고 젖꼭지에서는 젖이 뚝뚝 떨어진다. 그 누가 젖'몸살'이라고 했는가 젖'고문'정도의 단어가 더 알맞을 것이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욱신욱신한 통증에 당황한 초보 엄마는 어쩔 줄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처럼 자연스레 젖을 물 줄 알았던 아이는 그 작은 입에 내 젖꼭지를 들이밀기가 바늘에 코끼리를 넣기보다 어렵다. 제대로 물지 못해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고 물었다 해도 얕게 무는 턱에 유두를 다 씹어놓아서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낳아보기 전까지는 누가 볼세라 브래지어 안에 곱게 숨어있던 연한 살이건만 아이가 두 시간마다 씹어 놓는 탓에 아물 새가 없다. 내가 아는 한 엄마는 그 고통을 창으로 몸을 찌르는 것 같다고 표현했고 다른 한 엄마는 너무 괴로워서 대나무 부채로 이마를 치면서 젖을 먹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고통 속에서 모유수유를 13개월 동안 했었고 지금 현재 둘째도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따로 유축을 하거나 분유를 먹이지 않는, 전문 용어로 '직수완모' 중이다. 수유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첫 아이를 낳고 사흘 후 찾아온 젖몸살은 단유 직전까지도 수시로 찾아왔고 요령이 없던 탓에 대책 없이 늘어버린 젖양을 감당해 내느라 늘 어깨는 천근만근이었다. 단유 하느라 하루동안 젖을 짜내지 않고 참은 다음 날은 가슴에서 600ml의 젖이 나왔다. 말 그대로 피부가 찢어질 것 같았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고 가슴이 바윗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가는 터라 아이를 안기는커녕 나는 눕지도 몸을 돌리지도 못했다.

첫째는 젖양이 너무 많아 고생했다면 둘째는 젖양을 늘리느라 애를 먹었다. 둘째를 낳고 젖양을 너무 많이 늘리지 않기 위해서 따로 유축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약간 모자란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조리원 퇴소와 동시에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야했고 열흘간 밥을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도 열심히 짜내야 했던 젖양이 종일 짜지 않아도 가슴이 말랑거릴 만큼 줄어들었다. 퇴원했을 즈음엔 양쪽을 모두 짜내도 30ml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아기는 분유를 120ml씩 먹고 있었기 때문에 턱없이 모자란 양이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독한 약을 계속 먹어야 했고 모유수유는 불가능했다.

단유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이대로 젖을 말려버릴까 하는 충동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유를 먹이자니 또 젖병을 씻고 소독하고 물을 끓이고 우는 애를 달래며 분유 온도를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1년만 더 고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젖양을 늘리기 시작했다. 세 시간마다 유축을 해서 버리기 시작했다. 아이 둘을 돌보면서 유축을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한쪽 팔에 아이를 안고 한쪽 팔로 유축기를 들어 가슴에 갖다 대고 큰 아이는 입으로 육아했다. 틈틈이 젖병과 유축깔대기를 씻어야해 양쪽으로 고생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줄어들었던 젖은 2주가량 지나자 다시 120ml 정도씩 나오기 시작했다.

폐렴약을 모두 끊고 모유관리실에 가서 그동안 고인 젖을 모두 빼낸 뒤에 다시 직수를 시작했다. 그동안 젖병에 길들어서 젖을 안 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는 듯이 샤인이는 천연덕스럽게 젖을 먹기 시작했다. 직수를 시작했지만 약간은 젖이 모자란 느낌이라 분유를 보충했다. 젖양이 늘지 않아 애가 타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젖양이 많아서 고생할 때는 몸이 괴로워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아도 젖양이 적은 엄마들의 경험담뿐이었다. 젖양이 많은 엄마들은 몸이 너무 괴로워서 인터넷에 글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마음대로 결론을 내렸었다. 이번에 겪어보니 젖양이 적은 엄마들은 고민이 많아서 인터넷에 글을 많이 썼을 것이란 결론을 추가했다. 다들 저마다의 고민과 고통으로 모유수유라는 세계를 접한다. 왜 아이를 낳아보기 전까지는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하지만 역시 아이가 없는 친구들에게는 이 세계가 어떤 느낌인지 말해줘도 와 닿지 않는다. 같이 사는 남편조차도 직접 겪지 못하니 완벽한 공감을 기대하긴 힘들다. 여자들은 출산하는데 남편들이 '부유수유'를 하면 안 되냐는 볼멘소리를 해보기도 한다.

오늘도 비몽사몽간에 밤중 수유를 하고 있을 모든 엄마들에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을 보낸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01-04 15:19:41 수정 2017-01-04 15:20:13

#심효진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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