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다양한 음식을 접한 아이에게는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자란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놀이를 통해 친숙해지게 한다든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으로 장식해 주면 자연스럽게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협동을 배운다. 두뇌와 감각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음식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된다. 키즈쿠킹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아이와 어떤 요리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들과 함께 키즈쿠킹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장은숙 아동요리지도사를 만나봤다.
kizmom 키즈쿠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교사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조금 더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싶었어요. 그러다 키즈쿠킹 과목을 우연히 접하게 됐죠.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바로 아동요리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키즈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게 됐어요.
쿠킹 클래스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직접 먹어도 되고, 선물하거나 나눠 먹는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만든 사람의 정성도 느껴지고 먹는 사람의 몸도 건강해지는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kizmom 요리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6세, 7세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보는 동화책이나 그림책, 아이들과 함께 갔던 미술관, 전시회 등의 특이하고 다양한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아이들이 하는 말과 함께 나누는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죠. 요리를 한다고 해서 요리 활동에서만 아이디어가 나오진 않더라고요. 아이들과 만들기 활동, 과학 실험, 미술 놀이 등을 할 때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엄마랑 요리, 아빠랑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kizmom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키즈쿠킹 레시피는?
어느 날 밥, 감자, 파프리카, 당근, 호박 등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재료로 재미있는 요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들을 잘게 썰어 카레에 넣은 뒤 눈사람 카레밥, 오리카레밥, 병아리 카레밥, 토끼 카레밥, 곰돌이 카레밥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줬죠.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고 다음에 또 만들어 달라고 할 때 요리의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은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음식 맛에 가장 익숙하잖아요. 엄마의 사랑이 들어갔다면,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재미와 흥미가 느껴진다면 어떤 재료의 레시피여도 아이들이 좋아해 주고 맛있게 잘 먹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kizmom 키즈쿠킹의 장점과 효과를 알려 달라.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할 거에요.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면 아이도 부담을 느끼죠. 이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키즈쿠킹 주제를 정하고 함께 만들어 보세요.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도 사는 것부터, 집에 와서 만들고 먹는 과정까지요. 함께 요리하다 보면 평소에 미안했거나 속상한 마음을 부드럽게 전달하기가 쉬워요. 칭찬과 격려를 해 주면서 아이와 가까워지는 효과도 있죠. 부모와 아이가 음식을 같이 만들면서 교감하는 행복한 감정들을 기억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이 키즈쿠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아요. 우선 다양한 재료를 눈으로 보고 냄새 맡을 수 있죠. 만져 보고 맛도 보고 도마에 썰어 보면서 소리를 들어 보는 등 요리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답니다. 아이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도 생기고, 재료의 개수를 직접 헤아려 볼 수도 있고요. 식재료를 이용해서 가족이나 친구들의 얼굴을 표현해 볼 수도 있어요.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 속 주인공을 음식으로 표현해 볼 수도 있죠. 요리를 통해 상상력, 창의력, 표현력, 발표력 등을 키울 수 있답니다.
kizmom 요리할 때 아이를 어느 정도 도와줘야 하는지.
아이가 혼자 하려고 하면 엄마가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작정 도와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손에 음식이 묻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일회용 비닐 장갑을 이용하거나, 엄마와 아이가 칼을 함께 잡고 잘라본다거나, 포크나 스푼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 주면 스스로 하려고 하게 된답니다.
◆ 연령별로 도전할 만한 키즈쿠킹 레시피
- 인펀트(생후 18개월 이상~2세)
키즈쿠킹이라고 하면 도마 위에 음식을 썰고 요리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죠. 하지만 돌이 지나서 밥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고 스스로 앉아서 놀 수 있는 나이라면 키즈쿠킹이 가능합니다. 젓가락을 이용해서 그릇, 냄비, 식판, 접시 등을 실로폰 두드리듯 두드려 보세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음식이 담길 그릇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방법이랍니다. 아이가 두드리면서 놀았던 그릇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담아 주면 더 좋겠죠.
어린 아기들이 쉽게 갖고 놀 수 있는 식재료로는 국수를 추천합니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시금치를 믹서로 간 뒤 초록색 물을 삶은 국수에 묻혀 돌돌 말아보세요. 종이컵 등에 넣었다 빼면 더 재미있어한답니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놀이를 해 본 다음 초록색 국수의 맛을 보도록 하세요. 아이가 좋아하면 당근, 토마토, 파프리카, 단호박 등으로 하나씩 가지수를 늘려가면 됩니다.
- 토들러 A(3~4세 )
이때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자기주장을 하게 됩니다. 예쁘게 만들기보다는 아이와 교감하고 아이가 하는 행동에 박수쳐 주면서 함께 즐기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채소 도장 찍기를 해 보세요. 먼저 준비한 채소를 조금 잘라 맛을 봅니다. 당근이나 감자 등 살짝 단단한 채소가 좋아요. 엄마가 칼로 하트, 세모 등의 조각을 낸 뒤 식용 물감에 찍어서 신나게 놀아 보세요. 아이 손바닥 도장도 찍으면 아이 키만큼 큰 종이에 그림이 만들어진답니다. 식재료를 가지고 노는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느끼는 단계입니다.
- 토들러 B(5~6세)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학습이나 주변 사물에 관심이 생깁니다.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색연필, 스케치북을 준비한 뒤 색연필로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 보세요. 동그라미 안에 작고 까만 동그라미 과자를 올리면 애벌레가 되고, 막대 과자를 위쪽에 올리면 비가 내리는 모양이 되죠. 마찬가지로 과자를 활용해 네모난 기차, 자동차의 동그란 바퀴 등을 만들어 보면 아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높아진답니다. 큰 접시 위에 과자만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죠. 자로 오이나 당근의 길이를 재거나 저울로 콩 1개, 우유 한 팩 등의 무게를 재보는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보는 활동도 추천합니다.
◆ 밥 안 먹는 아이를 위한 키즈쿠킹 레시피
- 개구리와 꿀벌 주먹밥
집에서 먹는 밥이 지루하고 맛이 없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눈을 빛내며 밥을 먹게 될 거에요. 엄마가 예쁜 모양의 주먹밥을 만드는 동안 아이도 옆에서 좋아하는 모양으로 주먹밥을 만들게 해 주세요.
재료
개구리 만들기 - 밥 1공기, 베이컨 3장, 양파 1/3개, 모짜렐라 스틱 치즈 3개, 김 1/4장, 소금, 참기름 조금씩, 시금치 5~6줄기, 흰색 슬라이스 치즈
꿀벌 만들기 - 밥 1공기, 베이컨 3장, 양파 1/3개, 모짜렐라 스틱 치즈 3개, 달걀노른자 2개, 소금, 참기름, 당근 조금씩, 튀긴 스파게티면, 주황색 슬라이스 치즈
1. 베이컨과 양파를 작게 다져서 팬에 살짝 볶아주고 스틱 치즈도 작게 잘라서 준비한다.
2. 믹서기에 물을 조금 넣고 시금치 잎만 갈아서 2~3스푼 밥에 넣고 섞어주며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준다.
3. 잘 섞어진 시금치 밥을 손에 올려놓고 볶아놓은 양파와 베이컨 조금, 스틱 치즈 3~4개를 넣어 개구리 모양으로 성형해 준다.
4. 치즈로 개구리 눈을 표현해주고 김을 잘라 눈동자와 코와 입을 표현해주면 완성.
1. 볼에 밥과 달걀노른자를 넣고 섞어준 후 볶아놓은 양파와 베이컨을 넣고 잘 섞어준다.
2. 한입 크기로 밥을 잡고 반으로 자른 스틱 치즈를 넣어준 후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다.
3. 슬라이스 치즈와 김을 잘라서 꿀벌의 몸과 눈, 입을 꾸미고 식용유에 살짝 튀겨준 스파게티 면으로 더듬이를 표현해 준다.
4. 당근을 조금씩 잘라서 꿀벌의 뺨을 예쁘게 꾸며 주면 멋진 꿀벌 주먹밥 완성.
노유진 키즈맘 기자 genie8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