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짧은 연애 끝에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때 친구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가장 늦게 결혼할 듯 했는데 제일 먼저 결혼 선언을 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친구들이 제법 아쉬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것도 모자라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임신하게 되어 아이도 가장 먼저 낳았다.
"어디야?"
"어, 나 이제 곧 도착해"
나, 혜빈, 희진, 혜원은 재수학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했던 사이다. 대학에 가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종종 모여 인연을 이어 왔는데 2016년 우연히 셋이 같은 해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산후조리를 마치고 드디어 넷이 모이기로 한 날, 출산한 지 50일이 채 되지 않아 외출이 어려운 친구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서 와, 오랜만이야. 반가워!"
아기띠를 하고 아이를 맨 채 현관문을 열어주는 친구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친구를 닮은 아이가 해사한 얼굴을 하고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집 안에 들어서자 아기 침대와 바운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제법 아기 있는 집의 모양새다웠다.
"아기 돌보느라 고생했지? 몸조리는 잘했어?"
걱정 섞인 나의 물음에 친구는 신생아를 돌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여름에 낳아 어느덧 아이가 6개월에 접어든 다른 친구는 육아에 제법 익숙해진 선배 엄마답게 이런저런 육아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아이 엄마들끼리 모이자 요리는 사치라며 배달음식을 주문해 놓고 묵은 수다를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그동안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던 유축, 직수, 완분 이런 말들 이제 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직 카시트랑 유모차도 못 샀는데 아기용품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 무엇보다 직접해 보니까 아기 돌보기가 너무 힘들던데 어떻게 키웠니? 그 동안 너 정말 고생했구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친구들의 말에 그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도 뿅갹이 처음 낳고 하루하루 아니 일분일초가 정말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었어. 지금은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지만 키우다 보면 어느새 또 훌쩍 자라 있더라고. 이제 아이들 데리고 더 자주 보자"
어느새 둘째 아이까지 낳은 나를 보며 존경스럽다고 너스레를 떠는 친구들의 말에 새삼 웃음이 났다. 육아 레이스에 동참하게 된 친구들에게 든든한 동지이자 조언자가 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기억하자며 아이들 셋을 뉘여 놓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 엄마들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길 바라본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前 EMSM 카피라이터
現 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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