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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버리세요"

입력 2017-03-14 17:11:00 수정 2017-03-14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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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늘어난다. 누군가의 아내와 누군가의 며느리,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찾아온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관계 전문가' 양창순 박사를 만나 엄마들을 위한 대인관계 솔루션을 들어봤다.

양창순 박사는 대인관계 코칭 및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서울 회현동에 있는 양창순 박사의 사무실에는 본인이 지금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제 쪽에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자기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직장이 힘들어도 출근해야 하고, 인간관계나 육아가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는 것 등이죠. 하지만 감정을 참고 삭히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요. 주변에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고, 정말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은데 ‘원래 그래, 다 힘들어’라는 말을 들으면 더 화가 나죠. 특히 엄마들은 어떤 방법을 찾기보다는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이해받기를 원해요."

실내 공기와 마찬가지로 마음도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 줘야 한다. 이때 머릿속에 쌓인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려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참 잘해 왔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강한 사람이구나'라고 자기격려를 해야 한다. 따라서 양창순 박사는 조언하기보다는 내담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엄마들은 항상 '내가 아이에게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려워한다. 아이에게 화를 내기라도 한 날이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닌가, 아이가 잘못되거나 가출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감정적으로 불안한 모습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양창순 박사는 엄마가 아이에게 조금 잘못했더라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고 권한다.

"어떻게 인간관계에 있어서 갈등이 전혀 없겠어요. 사람마다 성격과 가치관이 다 다른 거고, 엄마와 자녀가 모두 같은 생각일 수는 없어요. 그럴 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야 해요. 엄마 쪽에서 먼저 노력해야죠."

아이를 키울 때 자꾸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엄마의 불안이 크다는 반증이다.

"일단 자신의 문제부터 바꿔나가야 해요. 엄마들은 자신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남편, 아이 등을 바꾸려고 하죠. 내가 나를 바꾸기도 쉽지 않은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꾸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그런데서 자꾸 갈등이 일어나는데,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닌가 반성하는 시간도 필요하답니다. 자녀가 성장한 후에도 기대치와 눈높이를 맞춰야 서로 대화가 돼요."

아이를 바꾸려면 엄마의 행동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이가 책을 보길 원한다면 엄마아빠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공부하라고 말하면서 부모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면 아이의 반감이 커질 뿐이다.

"부모님들이 실수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말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에요. 말은 잔소리일 뿐이고, 아이를 바꿀 수는 없어요. 엄마아빠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아이도 변합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를 자연스럽게 녹화해 보세요. 관계에 있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답니다."

아이에게, 혹은 상대에게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생각해 보고 말하면 앞으로의 관계 형성이나 지난 관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엄마가 화를 내는 모습을 기억하고 머릿속에 이미지로 입력한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 앞에서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아이에게도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감정 조절법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 어릴 때는 물건을 던져도 '귀여우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가 물건을 던지거나 화를 내면 흥미있어할 만한 다른 장난감을 주면서 에너지를 다른 데로 발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욕을 하는 것도 왜 나쁜 일인지 아이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

"화는 더 큰 화를 불러요. 불이 한번 붙으면 물을 부어서 끄기 전까지 계속 타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리고 아이 앞에서 화를 내면 개운하기보다는 기분이 더 나빠져요. 내가 왜 그랬나 싶죠. 상대에게 제대로 감정을 표현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엄마들은 화가 나면 '엄마가 말하는데 어딜' 식으로 아이의 말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엄마아빠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답니다.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아이가 반항할 때는 무작정 혼내지 말고 들어주세요. 그 다음 아빠엄마의 의견을 말해서 아이와 토론을 해봐도 좋겠죠."


양창순 박사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이 가장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곳이 가정이거든요. 그런데 집에서도 말을 조금만 잘못하면 혼나잖아요. 엄마아빠가 아이에게 '이것밖에 안돼?'라고 다그치니까 아이들은 자기가 못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아예 안하게 되죠. 아이들이 의견을 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식으로 부모가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해요. 요즘 발표 공포증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시댁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도 많다. 이때는 시댁 식구들이 나와 피를 나눈 혈연이 아니라 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의 관계처럼 기대치와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 친부모처럼 잘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부부 모두 양쪽 가정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명절, 용돈, 방문 횟수 등 몇 가지의 카테고리를 정해서 부부 간 합의를 하면 갈등이 줄어든다.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잖아요. 사실 고부 갈등이 해소되려면 부모 세대가 변화해야 해요. 인간들보다 동물이 더 현명하답니다. 북극곰 같은 동물들은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고 가르치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독립시켜요. 예전에 어떤 시어머니가 본인은 며느리와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느 날 며느리가 친구에게 ‘그 늙은 것이 화장을 떡칠해서 나간다’고 전화하는 내용을 듣고 충격을 받고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안 보이는 곳에서는 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죠."

직장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양창순 박사는 워킹맘, 워킹대디들에게 '아무리 완벽하게 행동하려 해도 욕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 50%의 사람들만 나를 좋다고 해도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타인에 대해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봅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에요. 형제들끼리 만나도 부모를 욕하고 엄마들끼리 만나도 자식이나 남편을 욕하는 세상이에요. 인간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바로 피해의식이에요. 마음 속에 계속 담아두지 말고 흘려보내도록 노력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가정이랍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작 가정에 소홀한 경우가 많아요. 우선순위를 잘 생각하세요."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매거진 키즈맘 구입처
kizmom.hankyung.com/magazine
입력 2017-03-14 17:11:00 수정 2017-03-14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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