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광고를 보면 잦은 야근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아빠에게 딸이 "또 놀러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장면이 있다. 아이가 아빠를 낯설어 할 정도로 함께할 시간이 없다는 게 슬프지만 '생계'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아빠 육아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당신의 어깨를 김영훈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가 토닥인다.
Kizmom 우리나라 아빠들은 육아하기가 정말 힘들다.
김영훈(이하 '김')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아빠는 하루에 9분정도 육아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은 하루에 6시간을 투자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어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죠.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저녁이 있는 삶’과 사회의 배려가 필요해요.
Kizmom 맞다. 사실 매일 칼퇴근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게다가 아빠들이 퇴근해서 귀가할 시간이면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에요. 얼마 전 제가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 정기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한 아빠가 질문을 했어요. "밤에 퇴근하면 아이가 자야 할 시간인데도 놀아줘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저는 "죄송하지만 아이에게는 아빠와의 놀이보다도 잠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답했어요.
Kizmom 아이가 수면 상태일 때는 아빠의 스킨십이 효과가 없나.
김 만약 '아이에게 자극을 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아이 옆에서 자는 건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자다 깨서 뒤척이다 옆을 봤을 때 아빠가 자고 있으면 안심을 하거든요. 아이들에게 내재된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인 거죠.
Kizmom 자녀와의 스킨십 방법으로 목욕을 추천했다.
김 목욕이 중요한 것은 옥시토신 때문이에요. 아내가 임신을 하면 아빠의 뇌가 변합니다. 경쟁과 공격성을 담당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떨어져요. 대신 부드러워지고 공감능력이 높아지죠.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거든요. 그런데 이 호르몬이 그냥 높아지는 게 아니라 아기와의 피부 접촉을 통해 수치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아이와 목욕을 하면 옥시토신이 높아져 공감능력, 애정의 감정이 생겨요. 부성애가 형성되는 거죠.
유의할 점이 있어요. 아빠의 호르몬 변화는 3~6개월 이내에 끝나요. 즉, 3~6개월 동안 아빠와 아이가 지속적으로 접촉을 해야 선천적인 부성애가 발현되는 거예요. 그 행위 중 하나가 목욕이고요. 이 때 멀찍이서 아이에게 물을 뿌려주는 '소극적인 목욕'이 아니라 아이를 쓰다듬고 껴안는 '적극적인 목욕'을 해야 하고요. ‘적극적인 목욕’을 한 아이들은 사춘기가 됐을 때 반사회적인 행동을 안 보일 확률이 1/10이라는 보고가 있어요.
Kizmom 아빠 육아가 유행하면서 아빠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선배 아빠로서 격려해준다면.
김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게다가 어린 자녀를 둔 아빠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업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죠. 그런데 아이와의 애착 형성은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주말만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아이와 같이 생활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Kizmom 주중에 열심히 일한 아빠들이라 주말에는 쉬어야 할 텐데.
김 사실 아이들은 15~20분정도만 열심히 놀아줘도 그 다음에는 알아서 잘 놀아요.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1~2시간 다녀왔다고 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아빠는 스마트폰을 하느라 아이가 정글짐에 올라가는 것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하루에 15분이라도 투자해서 아이와 온몸으로 신나게 놀아주세요.
Kizmom 아빠들이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김 아내가 남편에게 '나 임신했어'라는 말을 했을 때 아빠에게 나타나는 감정을 알기 위해 뇌파를 분석하는 실험을 했어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어요. 하나는 세타파라고 해서 기쁨을 담당하는 뇌파가 뇌 전체에 나타났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나오는 전두엽의 알파파가 없어졌어요. '멘붕'이라는 거에요(웃음).
아빠들이 육아에 관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에는 책임감, 육아에 대한 무지가 있어요. 육아 경험이 없는 초보 아빠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서툴 수밖에 없어요. 일본이나 유럽처럼 예비 아빠를 위한 교실이 많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요.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보기에는 육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가 아이를 안고 목욕을 시키겠다고 나서는 거예요. 엄마들은 불안하니까 100일까지 아기는 건드리지 말고 대신 청소나 설거지를 하라고 해요. 엄마가 아빠와 아기 사이에 문지기 역할을 하는 거예요.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육아에 능숙해지지만 아빠는 육아에서 소외되죠.
Kizmom 문지기 역할을 하는 엄마에게 어떤 태도의 변화가 필요한가
글 김경림 기자 사진 김혁진(스튜디오씨)
나머지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7~8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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