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는 걸 못 참고 울거나 떼를 쓴다. 아빠가 계속해서 말을 걸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한다. TV만 틀면 빨려 들어갈 것처럼 화면을 쳐다본다. 다른 아이들은 다 좋아하는 짜장면을 시켜주면 질색을 한다. 책을 읽어주는데 차분히 보지 못하고 책장 넘기는 행동에만 집중한다.
지난 8일 함께웃는 재단 주관, 신한카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진행된 강연 '네 마음을 보여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의 언어 및 사회성 증진법' 연사로 나선 박혜원 연우심리상담소장이 이러한 아이의 행동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와 같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감각 선호(Sensory Preference)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감각 선호는 아이를 이해하는 통로다. 특히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하지 않은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들에게 더 그렇다. 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통해 감정을 유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각 선호는 과민과 둔감 둘로 나눠진다. 과민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회피하려는 성향을, 반대로 둔감은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아이가 작은 소리도 못 참는 것은 소리에 과민해서다. 소리라는 감각이 본인을 괴롭게 한다고 판단한 아이가 그 소리를 피하기 위해 우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운동계획에 과민하기 때문이다. 말을 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다양한 근육과 움직임은 운동계획에 과민한 아이 입장에서 피로도가 높은 행위다. 자장면을 싫어하는 것도 특이한 게 아니라 자장면이 어떤 계기로 인해 아이에게 '피하고 싶은 냄새'로 인식됐기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책을 읽어주면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기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각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페이지를 보며 시각적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감각 선호 즉, 어떤 것에 과민과 둔감을 보이는지 구분할 수 있으면 아이를 대할 때 난감한 표정을 덜 지을 수 있다. 또한 의사소통을 가르칠 때 아이가 선호하는 감각 위주로 교육을 하면 기대하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관찰'이다. 아이(특히 자폐성향을 가진 경우)는 자신의 호불호를 말로 풀어내는데 서툴지만 대신 행동으로 실마리를 준다. 아이가 다양한 환경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때마다 아이가 보이는 반응을 확인해 '감각 선호 지도'를 만들자. 의사소통이라는 항해를 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박 소장은 "부모 입장에서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벽돌을 쌓아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중간에 벽돌 하나가 빠지면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며 "시간과 정성을 쏟아 중간에 시멘트를 바르는 과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7-12-11 15:50:04
수정 2017-12-11 15: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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