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듬해쯤, 둘째 아이를 출산한 김유미(가명〮41세) 씨는 최근 심각해진 치질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다. 출산 전에 변비가 있어 치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고, 둘째까지 출산한 후에는 더욱이 나빠졌다는 김 씨. 화장실을 갈 때는 물론이고 피곤해지거나 오래 서 있을 경우 살덩이가 삐져나와 곤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김 씨는 증상이 조금 더 악화된 날이면 앉지도 걷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요즘처럼 고역을 치를 때면 ‘질환 초기에 병원을 찾을 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주요 부위다 보니 머쓱한 마음에 병원에 쉽게 가지는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치핵' 역시 산후조리의 연장일 뿐
다른 질환은 몰라도 항문질환은 다른 이에게 알리기 꺼려지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잘 못 한 일도 아닌데 구태여 쉬쉬하다 보니 치료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 버리기 일쑤. 어느새 치질은 악화 된다. 흔히 치질이라고 통용해서 말하는 질환의 정확한 명칭은 ‘치핵’으로 연부조직이라는 항문 살의 일부가 돌출되는 질환이다. 실제, 배변 시 대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 주는 조직인 항문쿠션조직이 늘어나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면 출혈이나 탈출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치핵이라고 부른다.
김 씨와 같이 자녀를 출산한 후, 산후 질환으로 흔히 겪는 치질의 원인과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의 치질은 변비와 임신이 원인이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임신은 여성의 몸에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치핵의 주된 원인이 되는 요소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신과 분만의 과정에서 겪는 호르몬 분비의 변화는 여성의 몸에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중 하나가 장운동의 저하이다. 장운동의 저하는 변비를 촉발하고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으로 이어지게 한다. 자궁 또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평소보다 크기가 커짐에 따라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치핵이 쉽게 출혈하거나 빠져나올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뭐가 있을까. 임산부 치핵의 중요한 악화요인 중 하나 분만 시 복압의 증가를 꼽는다. 분만하는 동안 복압이 높아진 상태가 장시간 유지될 때, 항문의 압력도 동시에 높아지면서 항문 주변의 혈관에 혈류가 몰리게 되기 때문에 치핵이 탈출하게 된다.
치핵의 출혈과 탈출은 여성들이 겪는 산후치질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통증이 없고 치핵이 빠졌다 저절로 들어간다면 별다른 수술 없이 적절한 관리만으로 충분하지만 소홀히 관리하고 병원에 찾아가기 부끄러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더 악화될 수 있다.
창호 서울양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은 배변 시에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치핵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와서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고 감돈성 치핵이 되면 통증이 심해지면 담당 의사의 소견에 따라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제때 관리해주는 것을 당부했다.
◆평소 적절한 생활습관으로 관리하다
위와 같은 증상이 있었을 시, 증상 완화를 위해 따뜻한 물을 받아서 좌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좌욕은 항문주변의 혈액순환의 개선에 도움을 주고,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증상이 발생할 경우, 40℃ 정도의 물에 3-5분 정도 담그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누워서 지내는 생활습관은 변비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적당한 운동이나 가사를 통해 변비로 인한 치핵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배변을 너무 오래 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다. 대표적으로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된 식품 사과, 양배추 등을 섭취함으로써 변비를 예방과 완화에 도움을 준다.
산모의 치핵은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의 교정 및 식이요법, 좌욕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나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적으로 진단하여 연고를 약국에서 임의로 사서 바르는 것은 지양할 것은 권고한다.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감돈성 치핵이나, 혈전성외치핵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 혹은 치핵에 의한 출혈이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으므로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에도 시기가 있는 법. 질환을 그저 부끄럽게 여긴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할 시기를 놀쳐 증상은 악화되고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할 것이다. 오랜 시간 산후치질로 고통받았다면 새해에는 가족에게 알려 도움도 받고 곤욕스러운 아픔과 이별을 고해보자.
도움말:허창호(서울양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