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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오프더레코드 육아]⑦ 나누는 풍선 하나, 번지는 웃음 꽃

입력 2018-06-16 09:00:00 수정 2018-06-1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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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끝은 언제나 아쉽다. 짧은 연휴에 아쉬운 마음은 뒤로한 채, 바람이라도 쏘일 겸 잰걸음으로 나온 집 앞 공원. 제법 풀린 날씨에 삼삼오오 놀러 나온 학생들부터 어린 자녀를 둔 가족까지, 모처럼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공원은 북적인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도록 집에 들어갈 줄 모르는 사람들,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째다. 가던 길을 돌려 걸음을 잠시 멈춰 서고 가쁜 숨을 고른다.

세 네 살쯤 되었을까. 눈앞에 보이는 두 나라 꼬마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통하나보다.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연신 '깔깔'된다. 그러더니 자기 손에 있던 풍선을 친구에게 선뜻 건네는 아이. 어떻게 이런 일이. 남의 것도 자기 거라 우기는 게 예삿일인 나이에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친구에게 선뜻 건네다니. 아이를 보고 있자니 어른인 나보다 낫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풍선을 건네받은 아이도 아이지만 꼬마보다 부모가 더 좋아하는 눈치다. 아이가 기뻐하면 부모도 기뻐지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마저 한 바퀴를 더 돌고 가던 길에 다시 마주한 풍선을 건네던 그 꼬마다. 해가 졌는데도 여전히 집에 들어갈 줄 모르는 꼬마 덕에 엄마, 아빠는 풍선 여러 개가 엮인 유모차를 끌며 아이 옆을 맴돈다.

꼬마의 엄마, 아빠 옆에 정차한 또 다른 유모차. 부부는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기가 귀여운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그러더니 유모차에 엮여 있던 풍선을 하나 꺼내 아기 손에 쥐어준다. 풍선이 뭔지도 모를만큼 어린 아기는 어떤 건지도 모르고 받았을 테지만 풍선을 건네받은 아기의 엄마, 아빠는 풍선을 건네준 부부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한다. 어디 풍선이 가사의 큰 보탬이 돼 고맙다고 했겠는가. 그저 부부가 베푸는 마음이 고마웠을 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감동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찔림이 교차된다.

‘나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까닭에 줄곧 머리로 ‘생각만’하고 그칠 때가 부지기수. 받는 것은 고마워도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기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나눔이란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내지는 '소외된 이들이 있는 곳에서 집 짓기 봉사'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자리한다. 이렇다 보니 나눔을 한 번 실천하려면 사전에 굳은 결단과 계획이 필요했던 것. 그런데 꼬마의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오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결정했던 일이 '이렇게 간단하고 쉬웠나' 싶었다. 그리고 이내 '리스펙트'.

여러개의 풍선을 집으로 모조리 가져갔다면 어쩌면 방 한 칸에 방치돼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풍선들. 부부는 풍선을 나누기 전까지 몰랐을테지만 그들이 나눈 풍선은 다른 누군가에게 감사한 선물이자 기쁨이 되었다는 것을. 풍선 하나로 여러 이들에게 뜻밖의 감사와 기쁨을 선물한 부부. 정말이지 다른 의미의 '풍선 효과'다.

풍선 하나로 모르는 이와 함께 웃을 수 있던 그런 날, 날도 좋고 바람도 좋고 괜시리 기분 좋은 저녁녘이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8-06-16 09:00:00 수정 2018-06-16 09:00:00

#일요일의 오프더레코드 육아 , #가정 ,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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