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이라 바람도 선선했던 날 온 가족이 마트에 갔다. 첫째 동률이가 '안아달라'며 아빠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평소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하면 즉시 안아주던 아빠 김홍일 씨는 평소처럼 동률이를 곧장 안아 들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주위 환경에 가까이에서 들리는 아빠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까지 더해져 동률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렇게 30분이 넘도록 두 팔로 다섯 살 된 동률이를 안고 계속 버텼어요. 억지로 깨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내는 둘째 나윤이를 아기띠로 안고 있는 상태라 저를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이었고요. 더운 여름날처럼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어요"
그날 김홍일 미네스트 대표는 '허그베리'의 필요성을 처음 깨달았다. 두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느끼는데 포옹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아기띠를 졸업했으나 여전히 부모에게 안기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허그베리를 개발했다.
"제가 허그베리를 제작하며 염두에 둔 요소 3가지가 있어요. 간소화, 경량화, 소재 최적화에요. 먼저, 아기띠보다 사용단계가 간편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허그베리는 세 단계만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단계를 간소화했어요. 제품을 어깨에 걸고, 고리를 당겨서 손잡이를 만든 뒤, 아이를 안은 상태로 그 고리를 잡으면 되거든요"
이어 경량화는 아이 동반 외출 시 많은 짐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요소였다. 현재 허그베리는 핸드백에도 들어가는 부피에 무게는 100g 정도다.
김 대표는 소재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많이 사용되는 소재보다는 내구성이 좋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에어셀'이라는 에어쿠션 소재를 채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상에 내놓은 허그베리는 아기띠에서 벗어나는 3~7세 아동이 사용 대상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제법 의젓해져 부모에게 안아달라 조르지 않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7세까지로 설정한 것.
"저는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했을 때 장난감이나 핸드폰을 주면서 아이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보다는 바로 안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와의 스킨십을 통해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되니까요. 하지만 아기띠로도 소화할 수 없는 아이의 체격을 부모의 두 팔이 감당해야 하니 힘들죠. 허그베리를 사용하면 부모가 아이의 요구대로 안아주면서도 금방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특허를 내며 해외에도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김 대표는 허그베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허그베리가 널리 알려질수록 부모와 아이 사이의 스킨십이 늘어나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기여할거라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아이에게 가장 좋은 장난감은 ‘아빠’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줘요. 얼굴을 맞대고 뽀뽀하고 목말을 태워주는 그 시간이 제게는 활력소가 됩니다. 저는 아이들과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저를 깨우며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운 동시에 제가 아빠로서 잘 하고 있구나 싶어요"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김 대표. 동률, 나윤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아빠가 뒤에서 버팀목이 되겠다는 메시지다.
"그렇기는 한데 아이들이 '아빠 나도 사랑해'라며 꽉 껴안아 주니까 그게 즐거워서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육아하는 선배 아빠로서 그는 후배 아빠들에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고, 아이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더군요"
그래도 힘들다 생각이 들 때는? 허그베리에게 부탁하자. 적어도 섣불리 아이를 안아들었다는 후회는 없게 해줄 것이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