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약사회가 안전성 검토 기준인 영유아 사용 부적합을 언급하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2일 서초동 약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건복지부가 제산제 겔포스엠과 지사제 스멕타를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추가하려고 한다"면서 "두 제품은 복지부가 만들어 놓은 '안전상비약 지정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은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종이다.
안전상비약 지정기준에 따르면 신규 품목 후보군(2품목) 중 하나인 겔포스는 3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복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기준의 하나인 '임부, 영유아, 노인 등 특정 대상에 대한 금기사항이 있는 것은 포함하지 말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기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13종 중 어린이 부루펜시럽은 임부와 수유부가 복용할 수 없으며, 판콜에이 내복액과 판피린티정은 만 3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사용할 수 없다. 소화제 4종은 만 7세 이하 어린이에게, 파스 2종은 30개월 이하의 유아에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지난 달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영진 식약처장을 상대로 "식약처가 겔포스를 안전상비약으로 분류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안냈다. 3개월 미만 복용금지 사항을 왜 통보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류 처장은 "부적합하다고 하지 않았다. 안전상비약으로 나갈 수 있는 품목에 겔포스는 맞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겔포스가 안전상비약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편산협) 측은 약사들의 반발 행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 '직역 이기주의'라며 비판 공세를 높이고 있다.
강봉윤 위원장은 "편의점에서 1~2가지 의약품을 늘려 판매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편의성이 단번에 증대되는 것은 아니"라며 "편의점 의약품 판매에 대한 논의는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편의점주가 아닌 본사 즉, 재벌유통업체들이 대부분 가져가기 때문에 전형적인 재벌친화정책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게 약사회의 중론이다.
강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이 부분이 실현된 이후에는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약사회가 겔포스 추가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움에 따라 오는 8일 열릴 것으로 예정된 복지부의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