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가족부가 '제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보완해 발표하면서 가족 내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공청회 의견을 수렴하여 남편의 가족만을 높여 부르는 가족 호칭제도를 보완할 만한 단어를 개발하고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각종 여성·육아 커뮤니티가 들썩이며 환호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의식 향상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가족 내 호칭을 바꿔야하지 않느냐는 글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게재돼 왔다.
네티즌 A씨는 “가족 내 호칭이 개편된다는 소식을 들었느냐”며 “이제라도 우리나라의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바뀌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의견을 올렸다.
이어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의 남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지 않냐, 이 말의 어원은 남편이 먼저 죽게 되면 동생을 서방으로 모시라는 의미이다” 라며 내 동생은 '처남'인데 남편 동생은 왜 '도련님'인지, 다들 그렇게 하길래 나도 그대로 따라오긴 했지만 사실 그동안 매우 불만이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B씨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활 속 ‘호칭’이 사실은 사람의 정신을 세뇌하는 것”이라며 “나는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중학생 여자애한테 '아가씨'라고 불러야 했다, 마치 종이 된 기분이었다”는 추가의견을 달았다.
호칭 개편 소식은 남성유저가 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왕 고치기로 한 거 잘 고쳤으면 좋겠다”,“나이 먹고 도련님 소리 듣는 것도 오글거리지 않나”와 같은 글이 높은 추천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데 반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계에 친할 친(親)자를 붙여 ‘친가’라고 부르고, 모계를 바깥 외(外)자를 써서 ‘외가’라고 부르는 것도 개선돼야 할 호칭으로 지적됐다.
또한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시집 구성원에 대한 호칭 문제가 지속적으로 게재돼 왔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지지로 충분한 여론이 형성된 만큼, 정책 차원의 신속한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일 뿐인데 왜 성차별이라고만 생각하나요”,“당장은 바뀌기 어려울 것 같네요”,“더 복잡해질 거 같고 그냥 외국처럼 이름 뒤에 ‘씨’자 붙여서 통일하는 게 깔끔할 듯”, “호칭 지금도 헷갈리는데 더 헷갈려지는 건 아니겠죠”와 같은 의견을 올리며 갑작스러운 개편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