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은 심정지까지 발생했던 한 살 아이에 대해 인공심장이식으로 심장 기능을 유지시킨 후 생체 심장을 이식해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사례는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를 위험 속에서 심장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환아와 부모에게 인공심장(좌심실보조장치·LVAD) 이식 수술의 효과와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주인공은 생후 13개월 김연희(가명) 양으로 불과 생후 9개월이었던 지난 8월 갑자기 잘 먹지 않고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숨을 잘 쉬지 못했다. 급히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를 찾아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 운동기능 저하에 따른 전신 혈액순환장애를 초래해, 점차 폐·간·콩팥 등 주변 주요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심장 공여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우선 아이의 심장기능을 대신할 체외형 LVAD 이식을 권유했다. 아기의 몸에 시행될 큰 수술의 부담감으로 결정을 하지 못하던 사이 아이의 심장은 두 번이나 멈춰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치료를 하기에 이르렀다. 망설이던 환아의 부모는 마침내 LVAD 이식을 결정했다.
억대의 수술비를 감수하고 진행하려던 수술이었지만 마침 9월 말 인공심장이식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되면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환자 본인 부담률이 희귀난치성질환에 준하는 5%가 되면서 수술비가 700여 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 양은 건강보험 적용 후 첫 소아 인공심장이식 환자로 지난 달 5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힘든 수술을 마치고 회복해 LVAD를 유지한 채 일반 병실에서 지내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적으로 심장 공여자가 나타나면서 아이는 같은 달 30일 본래 심장과 인공심장을 모두 떼내고 생체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성공적으로 회복한 아이는 지난 24일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환아는 향후 정기적인 관리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예정이다.
심장혈관외과 신유림 교수는 “인공심장은 생체이식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이식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 심장이식에 이은 생체 이식 성공으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로서 향후 국내 소아 난치성 심장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희진 키즈맘 기자 ym7736@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