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A씨는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마스크가 답답해 착용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오늘도 강제로 마스크를 쓰게 해 등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한 지역 맘카페에 “정말 요즘 같아선 언어와 능력만 된다면 이민 가고 싶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른 맘카페 엄마들은 ‘미세먼지 수치 좋은 유치원’을 검색하고 있었다. 하루의 절반을 유치원에서 보내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엄마들이 실내 공기에 신경써주는 유치원을 찾는 것이다.
한 맘카페 회원인 B씨는 “아이 보내는 유치원에 공기 청정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지난번에 개인 (공기)측정기를 들고 가서 수치를 재봤는데 외부랑 차이가 없었다.” 며“(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을 알고 있으면 알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B씨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가 안 좋지 않냐. 지금 다니는 유치원에다 공기청정기 건에 대해 건의하고 싶지만 괜히 건의했다가 우리 아이가 찍힐 까봐 말 못하겠다”고 했다.
미세먼지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영유아에게 특히 더 치명적이다. 아이들은 성인 대비 호흡량이 2배 이상이며 야외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같은 미세먼지 수치라도 성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신장·체중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이화여대 의과대학이 발표한 '산모·영유아의 환경유해인자 노출 및 건강영향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는 키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출생 후 6~36개월 영유아의 미세 먼지 노출농도가 10㎍ 증가하면 신장은 약 0.28㎝, 체중은 약 0.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혈중 납·수은 농도가 증가할수록 신장과 체중이 유의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의학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은 뇌가 아직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성장 및 발달 지연, 더 나아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소아비만, 성조숙증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세먼지 공습에 없던 알러지가 생겼다는 C씨는 “이러다 아이들 다 죽겠다”며 분노했다. 그는 “방송에서 매일 이야기만 하면 뭐하느냐, 정부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니냐”며 “이런 공기를 마시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고 했다.
이에 맘카페 엄마들은 한결같이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기본적으로 숨은 쉬어야 사는데 개인이 해결할 수가 없으니 너무 절망적이다”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최근 사흘 연속으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발함에 따라 환경부와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5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환경부와 서울시는 ‘미세먼지 퇴출 동맹’ 협력을 재확인하는 등 미세먼지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또한 16일 환경부는 이달 23~24일 서울에서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양국간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의 환경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자리에서는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과 대책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