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인 지난 설 명절날,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밥을 먹던 중 초등생 조카가 반찬투정을 하기 시작한 것.
그러더니 급기야는 식탁에서 고기반찬을 얹어주는 할머니에게 “못생겼으니 옆에 오지 말라”며 숟가락을 집어던졌다고 한다.
지켜보던 A씨는 화가 나 “너 얼마나 할머니가 만만하면 그래? 어른한테 숟가락 던지고 못생겼다고 하는 건 너 빼고 아무도 안 그래. 학교에서 선생님이 안 가르쳐주니?”라며 조카를 모질게 혼냈다.
이어 A씨는 바닥에서 조카 혼자 밥을 먹게 했고, 조카가 잘못했다고 울기에 다시 조카의 밥그릇을 식탁에 올리고 함께 밥을 먹었다. 사과의 의미로 조카에게 과일도 깎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당시에 아무 말이 없던 올케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전화한 올케는 “내 자식한테 말 함부로 하고 소리 지른 것 사과하라”며 A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쩜 사람이 그럴 수가 있냐, 애가 집에 온 후 며칠간 울고불고 했다, 내가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며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명절 때 집에 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애초에 조카 교육을 제대로 못시킨 오빠와 올케 잘못이 아니냐”며 따졌지만 올케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초등학생을 그렇게 의자에서 끄집어내고 내팽겨지듯 할 수 있냐”며 “자기가 교육 잘못 시킨건 맞는데, 어머님이 가만히 있는데 왜 (고모가) 나서서 애를 끌어내리고 부모한테 소리를 지르냐”고 했단다.
결국 대립되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올케와 대판 싸운 A씨는 ‘현재 올케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게 제가 잘못한건가요? 조언 좀 해주세요’라는 글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초등생이 저랬다고요? 도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이 빌미로 시댁에 안 가려는 수작 아닌가요?”,“4,5세쯤 된 꼬마인 줄 알았는데 초딩이 그렇게 버릇이 없어서야... 그렇게 애 키우면 나중에 부모도 큰 코 다칠텐데” 같은 의견을 달며 A씨를 옹호했다.
반면에 “조카의 언행은 백번 잘못했지만, 올바른 고모라면 잘못을 교정하고 조카가 제대로 행동하도록 사랑이 들어가야지, 대책 없이 초딩한테 그러면 관계 끊는 것 밖에 더 되나?”,“근데 시누이가 (글쓴이처럼) 이러면 나 같아도 싫을 듯, 교육은 부모가 시켜야죠”와 같은 반응도 눈에 띄었다.
‘조카바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하다못해 ‘조카 육아 예능’까지 방영되는 시대.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저출산의 현실과 더불어 조카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삼촌 이모들은 늘고 있지만, 조카 훈육과 관련된 가족 내 갈등상황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린 B씨 역시 조카 훈육과 관련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할머니를 때리는 여섯 살짜리 조카를 따끔하게 혼냈다가, 애가 불안해지게 왜 소리를 지르냐는 애 엄마의 타박을 들어야 했다"며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좋은 말로 한번 타이르고 말 안 들으면 혼나야 한다, 36개월 미만은 훈육이 필요하지 않지만, 여섯 살이면 말귀를 알아먹기 때문에 혼날 행동을 했을 때 혼나야 한다", "나는 조카들이 잘못하면 펑펑 울어도 혼낸다, 그리고 이뻐해 줄 땐 엄청 이뻐하는데 여전히 조카들은 절 좋아한다", “요즘 엄마들 중에 애 자존감 떨어진다고 안 혼내는 엄마 있는데, 그건 잘못한 거다, 남의 애든 내 자식이든 남한테 피해를 주면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와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