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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나무의 공동육아이야기]공동육아어린이집의 먹거리

입력 2020-01-07 00:00:02 수정 2020-01-07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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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즐거움 (c)함께크는어린이집



어머님, 아이가 울어서 제가 몰래 초콜릿 줬어요!

둘째가 00민간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시작한 지 열흘 만에 들은 말이다. 그때 우리 둘째는 두 돌이 아직 안 된 개월 수였다. 그렇다고 내가 유기농 매장에서만 식재료를 사서 밥을 해주거나 하는 유별난(?) 엄마는 아니다. 과자나 사탕을 너무 제한하면 아이가 커서 너무 집착할 수 있다고 들어 명절 때 정도는 허락하는 정도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와서 가장 마음이 놓이는 점 중 하나는 ‘좋은 먹거리, 안심 먹거리’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내가 신경 쓰는 식단보다 어린이집에서 더 좋은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하고 있으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더 먹을 수 있다. 또한 반찬 양을 스스로 조절하게 하면서도 먹고 싶지 않은 낯선 반찬도 한 번쯤은 맛보며 그 맛을 기억하게 유도한다. 어려서 한 번도 맛보지 않은 맛은 아이가 커서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게는 이 점이 특히 중요했다.

비빔밥_약고추장 (c)함께크는어린이집


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함께크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먹거리 원칙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위해 영양교사와 만나보았다.

1. 식재료는 무농약이나 유기농 무항생제, 즉 친환경으로 키운 재료를 사용하며 수입 농축산물은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문제가 되는 방사성 재료는 최대한 기준치를 높인다.
2. 배, 참외, 복숭아, 삶은 고구마나 감자 등 유기농 간식은
껍질에 영양 성분이 많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제공한다. 조리 시에도 이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3. 조리 시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4. 사제 과자 등을 간식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5. 유제품, 계란, 견과류, 육류 등
알레르기 유발 재료의 사용은 지양하며,
특정 식재료에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를 위해
빵 대신 떡, 우유 대신 국내산 두유로 준비하는 등
대체 식품을 준비한다.
6. 생선은 순살 생선을 사용한다.
7. 환경 호르몬에 주의하며
일회용기,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한다.
GMO 위험성이 발견된 유채유(카놀라유) 대신
안전성이 검증된(=GMO를 안 쓴) 유채유와 현미유를,
옥수수 제품은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
8. 아이들 편식을 예방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거부감 없이
접하게 하기 위해 친환경 생야채도 섭취한다.
9. 보통의 어린이집들에서는 밥국을 기본으로 김치를 포함한 반찬이 3종류이다. 하지만 함께크는어린이집에서는
김치 포함 1인 반찬 4종류를 원칙으로 한다.
10. 모든 식재료는 100%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한다.

1인 4찬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영양교사였던 분이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들도 모두 1인 3찬을 제공하니, 우리도 그러면 안 되겠냐고 의견을 내셨다고 한다. 그런데 교사회와 부모들이 반대해서 그대로 4찬을 지금까지도 제공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함께크는어린이집은 3찬으로 구성된 일반 식판 대신 아이마다 반찬을 덜어주는 원형 접시를 반찬접시로 사용하게 되었다.

식사의 즐거움 (c)함께크는어린이집


또한 때로는 어린이집 텃밭에서 직접 무농약으로 키운 텃밭 야채를 쌈 고기를 할 때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1인 5찬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어린이집 이전에 아이와 교사가 가족처럼 생활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좋은 점은 특이 재료 사용과 지속 여부를 영양교사와 조합원 간 회의 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실제로 2017년에는 엄마 조합원의 건의로 고기의 양이 적다고 판단해 이를 늘리기도 했고,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황태, 어묵 사용량을 줄였다. 2018년에는 GMO 위험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어 '유채유'에서 ‘현미유' 사용으로 전면 바뀌었다. 현미유 구매가 어려울 때는 non-GMO로 검증된 유채유를 쓴다. 2019년 9월부터는 황태, 대구, 고등어, 표고버섯 등은 방사능 물질 기준치가 높은 ㅎ유기농매장에서 구매하기로도 결정되어 현재 시행 중이다.

영양교사로서 지키고 있는 원칙을 여쭈니 조리식 매뉴얼 반드시 그대로 지키기, 위생 관리는 늘 최우선, 육개장 육수를 제외한 모든 육수는 당일 조리 원칙, 따뜻한 성분의 식재료 지향 등이 언급됐다. 아이들 식사 준비 시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점은 ‘식사의 즐거움’이었다. 즐겁게, 맛있게 먹는 식사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길 바라신다고.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영양교사 초코표 국과 반찬은 ‘미역국, 육개장, 비빔밥, 마파두부덮밥, 제육볶음, 깻잎찜, 김말이떡, 김’이었다. 야채가 가득한 유기농 비빔밥의 경우, 아이들이 잘 먹게 하기 위해 매운 반찬을 조금 먹을 수 있는 6~7세 아이들에게는 약고추장 양념을, 4-5세 아이들에게는 간장 양념을 준비하는 배려도 돋보였다.

우동 맛나게 먹는 4세 남아(c)비단거북이


식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식사량을 알고 조절할 수 있도록 배식할 때마다 교사가 아이에게 먹을 양을 물어보며 조절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안 먹거나 싫어하는 반찬이 나오면 교사와 아이가 협의해 한 번이라도 먹어보며 맛을 음미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는 특정 식재료가 무엇인지 영양교사나 담당 교사가 숙지하고 있다. 밀가루가 있는 빵 대신 백설기를, 생일 때 일반 케이크가 아닌 떡케이크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영양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오늘 간식/반찬이 뭐야?"라고 관심을 갖고 묻거나 밥을 다 먹고 영양교사에게 직접 와서 "초코, 오늘 진짜 맛있었어요!"라고 말해줄 때라고 하신다. 몇몇 아이들은 "엄마 밥보다 초코 밥이 더 맛있어!"라고 해서 이 아이들의 엄마들이 좌절하기도 한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 인터뷰 글을 정리하던 도중 현재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는 아이 중 아이들 식습관이나 먹거리에 변화가 생겼다는 제보도 받았다.

저희 아이는 생선 냄새라면 질색을 해서 집에선 전혀 먹지도 않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싫어하는 반찬도 한 번씩 먹어보게 해서 맛을 보았던지 어느 날 '엄마, 나는 고등어를 좋아해. 고등어 구워줘요.'라고 하더라고요. 버섯도 싫어했는데 버섯 반찬 좀 해달라고 하고요. 불과 첫 달만 지내고서 나타난 변화라서 정말 놀랐어요 .
- 5살 여아 엄마


저희 아이는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 일기장에 선생님께서 아이가 다시마 쌈, 양배추쌈, 깻잎찜을 좋아한다고 적어주셨더라고요. 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반찬이라 깜짝 놀랐어요.
- 4살 남아 엄마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밥을 먹기 전에 부르는 노래를 남기며 흥얼거려본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갈라먹자!) 초코! 잘 먹겠습니다!”

입력 2020-01-07 00:00:02 수정 2020-01-07 00:00:02

#공동육아 , #연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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