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명절에 설거지 안해서 욕 먹었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A씨는 이번 설을 시가에서 보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 추석, 당시 A씨는 남편으로부터 "우리 집은 기독교라 제사가 없고, 어머니가 설 전날에 가족들 먹을 음식 소량만 한다"고 들었다. 남편과 남편의 여동생은 명절 당일에 먹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며느리를 보더니 시가에서는 갑자기 "결혼 후 첫 명절이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며, "집에서 다 같이 모여 음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터라 남편이 의아해했지만, 음식을 조금씩 같이 만들면서 그럭저럭 추석을 보냈다.
그러다 이번 설 명절에 일이 터졌다. "명절에 어떻게 할거냐"는 시어머니의 물음에 남편은 "당일에 가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전날에 와서 음식하는 걸 돕지 않을 거냐"면서 불같이 화를 낸 것.
결국 A씨가 전화를 드려 "남편과 같이 가서 음식을 돕겠다"고 하고 명절 전날 오후 2시에 시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시어머니는 "지금 와서 언제 장보고, 언제 음식할까?" 라면서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A씨는 '남편과 아가씨 모두 결혼 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인데 왜 저렇게 말을 하시나'하는 생각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고.
하지만 A씨는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별다른 내색없이 음식을 만들고 집에 귀가했다.
다음날 명절 당일, 아침 9시에 다시 시가에 도착한 A씨 부부는 아침부터 시어머니는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는 걸 눈치챘다. 이후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여동생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시어머니는 갑자기 "기분 나쁘다며 다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유를 들어보니 첫째, "아들과 며느리가 전날 아침 일찍와서 음식하는 걸 도우지 않았다", 둘째, "아홉시에 오랬다고 정말 아홉시에 왔다는 게 문제다"라고 했다. 미리 와서 음식 차리는 걸 같이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늦게 와서 왜 아가씨가 설거지를 하게 만드냐, 며느리가 그럴 땐 나서서 '아가씨 제가 할께요'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했다.
A씨는 "며느리이기 때문에 결혼 전에 안하던 것도 해야하고, 음식도 하고 설거지도 다 해야 하는 거냐"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남편이 좋지만 결혼한게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추석, 응답자 810명을 상대로 '성평등 명절 체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답했다. "똑같다"는 39%, 부정적 응답은 13%에 그쳤다. 다음 명절의 성평등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7.6%가 “성평등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많이 성평등해질 것이다"는 23.6%, "약간 성평등해질 것이다"는 34.0%로, 전반적으로 성평등 정도가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녀가 느끼는 성평등 체감은 달랐다. 성평등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남성은 70점을 준 반면 여성이 준 점수는 평균 46점에 그쳤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참 이상한 시어머니 많다. 우리 시어머니도 생전 김장 안하다가 김장하자고 불렀다. 며느리를 보면 '빅엿'을 선사하고 싶나보다", "며느리 군기 잡으려다 이혼각 나오네요", "글쓴이는 착한며느리병 초기 같으니 치료합시다. 앞으로 어떤 말을 듣게 되면 남편한테 꼭 전하세요, 남편도 알아야 하잖아요"와 같은 의견을 달았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