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인간과 동일한 뇌 영역을 사용해 공감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최근 네덜란드 신경과학연구소(Netherlands Institute for Neuroscience) 연구팀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쥐의 두뇌 영역은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전측대상회피질(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다. 인간의 전대상피질은 신체 고통에 반응하는 기관이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인지할 때도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쥐의 전대상피질 또한 인간처럼 다른 개체의 고통을 감지하는 기능을 발휘하는지 알기 위해 쥐의 공감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을 한 가지 고안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 개의 레버가 설치된 우리 안에 쥐를 한 마리 가뒀다. 두 레버는 양쪽 다 같은 구조로, 작동시키면 작은 배식구를 통해 간식이 나오도록 설계돼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쥐가 두 개의 레버 중 어느 한 쪽을 더 선호하게 될 때까지 우선 기다렸다. 그 뒤에 연구팀은 실험쥐의 '옆방'에 동료 쥐를 넣었다. 그리고 첫 번째 쥐가 '선호 레버'를 누를 때마다 옆 방의 쥐에게 고통이 가해지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고통 장치가 첫 번째 쥐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관찰했다. 첫 번째 쥐는 옆 방의 쥐가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바로 인지하고, 자신이 좋아하던 레버를 점점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개체를 해치지 않으려는 이러한 '가해 기피'(harm aversion) 행동은, 첫 번째 쥐가 사전에 똑같은 고통을 경험해봤을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났으며, 옆 방의 쥐와 친숙하지 않은 경우에도 관찰됐다.
이어서 연구팀은 '선호 레버'를 눌렀을 때 나오는 먹이 양을 늘려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쥐들은 먹이가 3개씩 나올 시점부터 가해 기피를 중단했다.
연구팀은 쥐가 이렇게 가해 기피를 멈췄을 때 쥐의 두뇌를 스캔해보았고, 이전까지 활성화돼있던 전대상피질이 해당 시점에는 비활성화됐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쥐의 전대상피질도 인간처럼 공감능력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반사회적 행동장애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망한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천 케이져스(Christian Keysers)는 "인간과 쥐가 동일한 '반사회적 행위 방지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며 "앞으로 뇌과학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반사회적 행동장애 환자들의 가해 기피 성향을 증강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발레리아 가졸라 박사는 "인간과 쥐가 가해 기피에 있어 동일한 두뇌 영역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놀랍다"며 "이는 동료 인간을 해치지 않게 해주는 우리의 도덕적 동기가 진화학적으로 오래 전부터 두뇌에 생체적으로 깊이 각인된 것이며, 다른 동물도 이런 특성을 공유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