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함에 따라 온 지구가 겪게 되는 위기를 그린 9년 전 영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래 영화 속 내용과 실제 상황이 일치하는 점이 많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가 이처럼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은 실제 감염병 학자들에게 많은 자문을 구해 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컨테이전>의 제작을 도왔던 과학자들은 여러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영화가 지닌 의의와 메시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각본을 쓴 스콧 Z. 번즈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2009년 신종플루 사태에 영감을 받아 전염병 스릴러 제작을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즈와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함께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전문가 등을 초빙해 현실적인 전염병 상황을 연출해내는데 공을 들였다.
이 영화의 자문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안 립킨 컬럼비아 대학교 유행병학 교수는 "번즈와 소더버그는 모두 <컨테이젼>이 '팩트'에 단단히 기초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들은 모든 것을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거친 다음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화 주요 인물 중에는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patient zero) 베스 엠호프(기네스 펠트로), 유행병학자로서 질병을 연구하는 레오노라 오랑트 박사(마리옹 코티아르), 역병 조사관 에린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렛), 고의로 질병 관련 루머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1인 매체 기자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 등이 있다. 이러한 인물들은 모두 실제 과학자들의 조언을 통해 창조됐다.
번즈는 NPR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학적인 범주 안에서 실제 일어날 만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유행 상황에) 세상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묘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물색하고, 확진자를 격리하며, 확진자 동선을 추적한다. 또한 TV에 출연해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는 손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에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재와 같은 대유행(팬데믹)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의 또 다른 자문이었던 수의병리학자 트레이시 맥나마라는 <컨테이젼>에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한다. 그는 "<컨테이젼>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니 대비해야만 한다는, 정부에 보내는 경고였다"고 말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