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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엄마가 외향 아이를 만났을 때

입력 2020-07-03 13:18:21 수정 2020-07-03 13: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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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향성이 감점 요소라고 생각하는 엄마가 있다면 도서 '내향육아(위즈덤하우스)' 이연진 작가의 격려를 들어보자.

kizmom 외향적인 아이와 기질이 다른 내향적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육아에도 ‘궁합’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엔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향인데 아이는 에너지 넘치고 동적이라 쫓아가기 버거웠어요. 반대로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엄마와 조용한 아이의 경우는 엄마가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고 들었고요. 애초에 완벽한 궁합은 없는 것 같아요.

어느 쪽이건 어른인 부모가 아이를 좀 더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 과정에서 아이의 속도와 성향은 물론 부모 자신의 기질 역시 잘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균형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어떤 관계든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kizmom '육아 정보' 때문에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향적인 엄마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조언을 해주세요.
내향적인 사람이 너무 많은 정보를 얻으면 과부하에 걸려요. 내향적인 분들이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 느낌을 잘 아실 거예요. 어딜 가나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가 내향적인 엄마에겐 버거울 수밖에요.

제 경우엔 정보와의 만남에도 '덜어내기'가 필요했어요. 저에게 정말 유익한, '헤매지 않을 만큼의' 정보만 가진 채 움직일 때가 가장 좋았어요.

외향인은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으로부터 행복감을 얻지만, 내향인은 차분하고 잔잔한 감정을 일으키는 아세틸콜린으로부터 행복감을 얻는다고 해요. 상대적으로 도파민 민감도가 낮은 외향인들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도파민이 필요하대요. 그들이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극을 찾는 이유지요.

반면 내향인은 적은 양의 도파민에도 큰 영향을 받아요. 필요 이상의 도파민이 불러오는 불안과 동요는, 내향인의 에너지를 빠르게 연소시킬 뿐이랍니다.


kizmom 자신의 성격에 불만을 갖고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내향적인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시나요?
저도 그런 불만이 늘 있던 사람인데요. 이제는 알아요. 세상엔 나처럼 조용하고 미온적인, 적당히 기운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요. 외부보다는 내면에, 보상보다는 자기만족에 의해 움직이는 그분들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다는 것을요. 요란스레 드러내지 않아도, 나름대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생활을 일구고 있다는 것을요.

하여, 에너지의 부스러기까지 긁어 모아 책 한 권 읽어주다 텅 비어 버리는 엄마들도 잘하고 있다 격려 받아 마땅하며, 부딪히는 것뿐 아니라 견디는 것도 용기라 불려야 한다는 것도요.

만약 제가 더 외향적이었다면 더 재미나고 편한 육아를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향적이기에 육아를 통해 좀 더 근원적인 탐험을 하고픈 복잡하고도 어려운 마음이 생겼어요. 그 덕에 무엇이 나를 움직이고 행복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고요. 자극과 돌발을 최소화한 미니멀라이프와 책육아를 진행한 것도 자극에 민감한 제 특성을 고려한 것이었지요.

‘육아’라는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엉덩이가 무거운 내향적 특성 덕분이었어요. 내향인들에게는 섬세함, 집중력, 관찰력, 공감력 등 육아에 필요한 장점이 정말 많아요. 내향인의 육아에 깃드는 특유의 빛깔과 감촉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kizmom 다른 내향적인 엄마들에게 스트레스에 잠식당하지 않는 방법을 조언해 해주세요.
내향인들은 대개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든요. 게다가 ‘자기 업무’라고 여겨지는 일엔 몰두해서 열심히 하려는 성향이 강해요. 이건 물론 좋은 태도지만, 그로 인해 자기 마음이 닳는지를 잘 몰라요.

‘육아’라는 여건상 그러기 쉽지는 않지만, 틈틈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 봐 주시면 좋겠어요. 의식적으로 말이지요. ‘내향’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거든요. 에너지의 흐름이 ‘자기 안을 향한다’는 뜻이랍니다. 이런 성향은 타고난 기질이기에 바꾸려고 할수록 더 힘들고 어색해져요.

그러니 아주 잠시라도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시기를, 이토록 애쓰고 있는 나에게도 다정한 마음을 가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질 거예요.
많은 내향인이 예상치 못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일을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하지만 내 앞에 누군가 있었음에 안도한 후로는 한결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지요.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이가 있다는 것은 멀지만 분명한 위안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고마워요. 당신은 충분히 애쓰고 있다고, 무엇 하나 마음만큼 안 되어도, 남들보다 느리고 자주 눈물을 흘려도, 꾸준히 나아가는 엄마는 장하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20-07-03 13:18:21 수정 2020-07-03 13: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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