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부터 행사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개인 대출금과 범칙금을 갚는 데 사용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 사건이므로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의 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까지 원생 학부모로부터 입학·재롱잔치·생일 등 행사비 명목으로 1억800만원 상당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모금했다.
그는 이 돈을 자신의 대출금 상환과 통신 요금·보험료 납부에 사용했고 일부는 범칙금을 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지만,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A씨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결 지었다.
A씨가 개인 계좌로 돈을 받아 사용할 당시의 법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법상 필요경비는 사회복지법인 또는 경영자 소유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박 판사는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입학금과 행사비는 옛 영유아보육법과 보건복지부 지침 소정의 필요경비에 해당한다"며 "어린이집 학부모가 피고인에게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한 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례적으로 A씨에게 훈계성 조언을 남겼다.
박 판사는 "업무상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어 부득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지 피고인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학부모가 보낸 돈을 어린이집 명의 계좌로 관리하지 않은 것은 복지부 지침에 위반되고, 지난해 12월 29일 개정된 현행 영유아보육법으로는 피고인 행위를 처벌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특별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