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밥을 안 먹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원래 적게 먹던 아이들은 더욱 밥 먹기를 거부하고, 잘먹던 아이도 감기나 비염을 앓고 난 이후 식욕을 잃기 쉽다.
봄에는 잠깐의 식욕부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밥 안 먹는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습관처럼 반복된다면 또래보다 성장에 뒤쳐질 수 있다. 한창 잘 먹어야 하는 아이들의 식욕부진의 주요 원인들과 이에 대한 도움말을 살펴본다.
체력이 약하고 왜소한 아이, 식욕까지 떨어진다면
한방의 사상체질에서 소음인은 왜소한 체형으로 체력이 약하다. 이 경우 아이의 비위기능이 약하고 뱃골이 작기 때문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적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 특히 단체생활을 시작하거나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 뒤에 급격한 체력 저하가 나타나는데 낯빛이 창백해지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소음인의 체력을 보강하는 대표 음식으로 삼계탕이 있다. 닭고기는 따뜻한 성질로 체질적으로 추위를 잘 느끼는 소음인에게 좋으며 여기에 황기, 인삼이 같이 들어가면 소화기를 담당하는 비위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다. 명치와 배꼽의 중앙에 '중완혈’이 있는데 이 부위에 따뜻한 뜸 치료를 하는 것도 비위 운동을 도와 소화가 잘 되게 해서 식욕이 증진된다.
씹는 것을 싫어하거나 우유나 주스만 찾는다면
후기 이유식 때부터 음식 거부가 현저히 나타나는 아이들이 있다. 음식의 입자가 커지면서 씹는 것을 거부하고, 심하면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음식을 입에 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치아 배열이 고르지 못해서 저작 운동이 힘든 것은 아닌지 검진이 필요하다. 양호하다면, 평소에 씹는 운동을 계속 해야 하는데 간식으로 진미채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간도 짭짤해서 아이들이 씹기 연습을 하기 좋은 간식이다.
속열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밥도 국물에 말아서 빨리 먹고 열을 식혀주는 음료, 마시는 종류를 좋아한다. 보통 상반신으로 열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머리에 땀이 많이 난다. 근본적으로 위로 치솟는 열기를 밑으로 내려줘야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족욕이 도움이 되며 보리차, 오리고기, 돼지고기, 쓴맛나는 채소와 같은 성질이 찬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감기 앓고 난 후 밥을 더 잘 안 먹는 아이는
만 5세까지 면역력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 때는 감기를 자주 앓으면서 기운이 소진되고 몸이 힘들어서 밥 먹을 힘도 없는 아이들이 많다. 감기로 인한 콧물, 코막힘으로 냄새를 못 맡게 되면서 이미 먹는 양도 많이 줄어든 상태라 배고픔도 잘 느끼지 못한다. 또한 오랜 감기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위나 장 등 소화기에 부담을 줘 복통, 설사로 인한 식욕부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과 면역력을 보강하는 녹용과 같은 약재로 기혈을 보충시키면 식욕증진에 도움이 된다. 소화기 기능을 올리기 위해 평소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를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고 소화기가 튼튼해진다.
조금만 밥을 먹어도 금방 배부르다는 아이는
타고난 뱃골이 작은 아이들은 금세 포만감을 느낀다. 이런 아이들은 본인 뱃골의 70%만 채워져도 배가 부르다고 그만 먹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기 뱃골 만큼은 먹어주고 있는지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 배를 눌렀을 때 배가 빵빵한 지 아니면 쏙쏙 들어가진 않는 지 살펴봐야 한다. 배가 참외처럼 빵빵하다면 아이는 제 뱃골 양만큼은 먹어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뱃골이 작은 아이라면 훈련을 통해 뱃골을 늘릴 수 있다. 한번에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서 주도록 한다. 밥 먹기 3시간 전에는 간식을 주지 말고 아이가 식사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단,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가 있는 아이라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더 낫다.
도움말 : 양은성 원장(함소아한의원 마포점)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