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비교적 간소한 명절을 보냈지만 명절 증후군은 여전하다. 특히, 어지럼증은 고된 가사노동으로 피로를 느낀 중장년 여성들이 명절 증후군의 일종으로 많이 경험한다. 일시적이지 않고 빈번한 어지럼증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어지럼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85만 5608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기록한 59만8036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환자가 55만4352명으로 남성보다 많았다. 이 중에서 50세 이상 중장년 여성의 환자 수가 36만8010명으로 전체 환자의 43%를 차지했다.
어지럼증은 균형감각에 이상이 생긴 것을 말한다. 균형감각은 시각이나 후각처럼 독립적인 감각이 아니라 뇌 기능, 자율신경, 근골격계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유지되는 감각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문제없이 유지된다면 안정적인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어지럼증과 함께 발음 장애, 심한 두통 등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명절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피로, 수면 부족 등으로 뇌혈류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뇌졸중, 뇌종양, 뇌전증 등 뇌질환과 관련돼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검사 결과 뇌혈관에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면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 귓속 전정기관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석증이 있다. 이석증은 귓속 전정신경계의 이상으로 이석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반고리관으로 빠져 생기는 질환이다. 외부 충격 때문에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간 불편한 자세로 가사노동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지럼증의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적절하고 세밀한 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전정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이석증은 세반고리관의 해부학적 위치에 맞게 이석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이석정복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약해진 균형감각을 강화하는 균형감각재활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균형감각 재활 치료는 환자의 균형장애 정도 평가를 통해 전문 치료사가 환자 개개인 상태에 맞는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어지럼증 개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적응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원장은 "어지럼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고 두 가지 이상의 요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장기간 지속해온 어지럼증을 임의 처방을 통해 버티려 하다 보면 더 악화하거나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또한 박 부원장은 "어지럼증을 흔히 겪을 수 있는 중장년 여성이라면 명절 기간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피로를 덜어주는 게 어지럼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특별한 금기사항이 없다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