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가을철에 쓸쓸한 기분을 느끼는 현상에 대해 ‘가을 탄다’라고 표현하듯이, 봄 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봄은 사계절의 첫 번째 시기인 만큼 시작의 이미지가 강하다. 추위가 가시고 서서히 햇빛이 따사로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들뜨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마음이 들뜬다는 것은 감정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동요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이맘때면 서서히 풀리는 날씨와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만 제자리에 멈춘 것 같은 느낌으로 더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울증 환자가 3~5월에 급증하는 이유다.
엄마들은 어떨까. 봄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여유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엄마들이 있다. 이럴 땐 스스로의 마음이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는지, 이유 모를 스트레스에 기분이 쳐지지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엄마 마음을 먼저 돌보아야 아이도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 모두 다양한 원인과 증상으로 계절성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봄 우울증이 가장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혹독한 겨울보다 따뜻하고 나른한 봄 날씨에 우울증 환자 발생률과 자살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추위에 옴짝달싹 못하는 겨울보다 오히려 날이 풀린 봄날 우울증 환자들도 자신을 파괴하는 시도를 한다. 그래서 이 계절에 우울하거나 불안감,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장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보거나 가벼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햇빛이 따사로운 오후에 바깥에 나가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햇빛을 받은 우리 몸에서 멜라토닌이 활발하게 생성되어 생체리듬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이 멜라토닌은 밤 중에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멜라토닌이 풍부해야 불면증과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하지만 재차 강조하는 부분은, 이조차도 안될 만큼 극심한 우울증일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한 달은 28~31일, 여자의 몸도 대략 30일 전후를 주기로 순환한다. 한 달이 대략 4주라고 하면, 이를 한 주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볼 수 있다. 생리가 시작되고 끝나는 한 주는 봄, 그 다음 주는 활동이 가장 왕성한 여름(배란기), 그 다음주는 열심히 활동한 만큼 수확하는 가을,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는 겨울로 볼 수 있다.
봄 우울증도 우리 몸의 순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쓸데 없어진 생리혈이 몸속을 빠져나가듯, 내 안에 쌓인 불쾌하고 나쁜 감정도 배출되기 위해 잠깐 고개를 쳐 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도 앞으로의 내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돌보고 아끼는 데 힘쓴다면 이 무기력과 슬픔도 제대로 마주하고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2-14 15:06:52
수정 2022-02-14 16:4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