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여전히 꼴지를 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믹스가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서 종합 20점대(100점 만점)를 받아 조사대상 29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시작된 유리천장 지수 평가에서 올해까지 총 10년 동안 최하위를 유지했다.
스웨덴은 80점을 넘어 1위에 이름을 올렸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다른 북유럽 선진국가들이 그 뒤를 이어 상위권을 이뤘다.
하위권에는 미국(20위), 독일(21위), 영국(24위), 일본(28위) 등이 올라왔다.
유리천장 지수(The galss-ceiling index)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와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전체적으로 종합해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점수를 산출한다.
이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은 해당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남녀 소득격차 29위(최악), 관리직 여성 비율 29위,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29위, 여성 노동 참여율 28위, 남녀 고등교육 격차 28위, 의회 여성 의석 비율 27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면치 못했다.
이를 통해 한국 여성이 다른 선진국 여성보다 사회적 권한이 작고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수준이 높으며,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남녀소득 격차가 무려 35%"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고작 59%로 남성의 79%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여성의 사회적 권한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온 제도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정부 고위직의 10%, 공기업 임원직의 20%, 정부 위원회의 40%가 여성몫이 되길 원하지만 목표 달성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상장기업의 이사 98%가 남성이고,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109곳 중 1곳 꼴로 나타나며 관리직의 10% 남짓만 여성으로 채워지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부문에서는 일본에 이어 조사대상국 중 2위를 차지했으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문화적, 사회적 규범이 일터에서 성평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아시아에서 많은 여성이 가족 또는 전문직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정 내 노동은 한심할 정도로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며 "한국이나 일본을 예로 들면 여성은 가사, 장보기 같은 무보수 활동을 남성보다 5배 정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