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에 접어들면 춘곤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춘곤증이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며 계절의 변화로 인해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졸음이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봄철 피로감이 평소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춘곤증이 아닌 갑상샘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갑상샘은 목 부위의 물렁뼈 아래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호르몬 기관이다.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체온 유지, 에너지 생산에 관여한다. 이러한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어떠한 이유로 필요 이상 분비되면 우리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갑상샘 항진증이라고 한다.
갑상샘 항진증은 중년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갑상샘 항진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25만2840명이었다. 이 가운데 여성 환자의 수는 17만8728명으로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했다. 특히 50대 여성의 환자 수가 4만1891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 여성에게서도 자주 발병한다.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필요 이상으로 빨라지게 된다. 그래서 충분히 음식을 섭취했음에도 체중이 감소하고, 평소보다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봄철 찾아오는 춘곤증처럼 무기력감, 집중력 감소, 졸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봄에는 춘곤증과 혼동하기 쉽다.
만약 춘곤증이 일시적이지 않고 수개월 동안 지속되거나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목 부위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샘 항진증이 발병하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한데 대부분은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어떠한 이유로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갑상샘 항진증 환자의 경우 면역 체계가 자신의 갑상샘을 공격하면서 갑상샘 호르몬이 과하게 분비되는 현상을 보인다. 갑상샘 호르몬제를 과량 복용했거나, 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발생할 수 있다.
신진대사가 빨라지는 갑상샘 항진증은 부정맥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1차적으로는 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갑상샘 조직을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갑상샘 절제 수술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정홍규 세란병원 외과 과장은 "갑상샘 항진증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며 "봄철 춘곤증이라고 생각했던 피로감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이전과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서둘러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갑상샘 항진증은 합병증 위험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변화도 눈에 띄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임의로 자가치료를 하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 후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