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기름진 식사 등으로 복통과 설사를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배탈이 아니라 장내 염증이 지속하는 '염증성 장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26일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에는 식이, 흡연, 항생제 사용, 소염진통제 사용 과다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성별 차이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의 1.5배 정도로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선진국병'으로 불린다. 적색 고기, 당류·나트륨 과다 섭취를 즐기는 식습관이 우리나라에 정착된 후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질환 국내 환자는 2018년 기준 연간 약 7만명이었으나, 2025년까지 연간 10만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고 교수는 "해당 질환은 서구에서 유병률이 높다"며 "우리나라의 염증성 장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서구화된 식습관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일반인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식이 패턴을 조사하면 환자들이 나트륨, 당분 섭취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인과관계 등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 증가와 식습관 변화 관계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지만 연구 설계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염증성 장질환에는 세부적으로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베체트병이 있는데 국내 환자의 대부분은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환자다.
4주 이상의 설사와 함께 혈변이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설사가 멈추지 않으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치료를 받으면 2주 내에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내시경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고 교수는 "40대 미만에서는 일반적으로는 대장내시경 검진을 권하지 않지만, 앞서 말한 설사, 혈변 증상이 오래 계속되고 궤양성 대장염 가족력이 있거나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봐야한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20∼40대 환자가 많지만, 크론병은 10∼20대 환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발병 연령대가 낮은 만큼 크론병이 궤양성 대장염보다 유전적 요인이 강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크론병은 면역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교수는 "크론병 환자 가운데 강직성 척추염, 아토피, 건선이 있는 경우도 많다"며 "유전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다른 염증성 장질환보다 증상이 심하게 발현된다"고 말했다.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것과 달리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 기관에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고 교수는 "과거 여러 검사를 하기 어려웠을 때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모두 하나의 질환으로 여겼지만 다양한 검사 방법이 도입되면서 두 질병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크론병의 염증은 장 깊숙이 침투하고 이 때문에 장이 좁아지거나 터지는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며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 점막에서만 발견돼 설사와 혈변을 유발한다"고 부연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정확한 발병 원인도 찾을 수 없어 대응이 어려운 질병임이 분명하다.
고 교수는 완치가 없는 병인만큼 조기 진단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식생활 개선 등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히 치료받으면 증상이 나아진 상태가 오는데 그때 환자 본인 판단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과 상의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해 증상이 심하게 재발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염증성 장 질환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쉽다"며 "생활 습관 관리와 꾸준한 약 복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