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지하 대피소에서 촬영된 여성과 어린이의 영상이 공개됐다. 21일(현지시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에는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설명하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에 해당 영상을 공개됐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은 가족, 공장, 근로자 등 민간인 여럿과 함께 갇혀 지내고 있다며 “아기부터 14세까지 15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공장 지하 터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음식과 물이 이미 대부분 떨어졌다”며 “우리가 가져온 모든 것들이 고갈되고 있다. 곧 아이들을 위한 음식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여기에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빠져나갈 수 없다. 아이들은 평화로운 곳으로 대피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애원한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 여성은 “아이들의 생명이 걱정되고,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어르신들도 염려된다. 이들의 기력과 생명력이 고갈되고 있다”며 “단 하루도 포격이 없는 날이 없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여성 외에도 여러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한 아이는 옷가지와 간이 침대에 둘러싸여 색칠 공부를 하고 있다. 지하에서 수 주 간 지내고 있다는 소년은 “다시 햇볕을 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밝혔다.
한 소녀는 2월 27일에 엄마, 할머니와 함께 집을 나왔다며 “그날 이후 하늘이나 태양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들이 모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의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와 해병대가 배수진을 치고 최후의 항전을 이어가는 곳이다. 군과 시민을 합쳐 약 2천여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상이 촬영되 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선언하면서 아조우스탈에 대해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에 시민 10만명이 남아있다며 러시아에 이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 설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 당일 마리우폴에서 피란민을 태우고 도시를 탈출한 버스는 4대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대피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영상이 공개된 23일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