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총격으로 어린이 19명 등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건 당시 총격범이 학교 경찰의 제지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26일(현지시간)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의 범행 당시 경찰 대응과 관련한 조사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공안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에는 보통 무장한 경찰이 있지만, 라모스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무장을 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경관이 없었다"며 "범인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라모스는 사건 당일인 24일 픽업 트럭을 타고 학교에 도착한 뒤 길 건너편 행인 2명에게 여러 발의 총을 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문을 통해 교실로 진입했으며, 경찰은 4분 뒤 도착했지만 라모스는 4학년 교실에서 바이케이드를 치고 몸을 숨진 채 대치했다.
이후 미국 국경순찰대 소속 전술팀이 교실로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있어야 할 '학교 경찰관'은 차량에 탑승해 있다 911 첫 신고전화를 받고서야 뒤늦게 학교로 달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 대응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사를 막았어야 할 공권력이 범인의 학살극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AP 통신은 "총격범 진압까지의 과정에 대해 사법 당국이 점점 더 많은 의문과 분노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학교 바깥에서 소식을 기다렸고 경찰이 학교에 빨리 들어가 범인을 제압할 것을 촉구하며 울부짖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번 참사로 4학년 딸을 잃은 하비어 카자레스는 총격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 경찰이 학교 바깥에 모여있었다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총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가족과 주민들의 분노에 텍사스 당국은 해명을 내놨다. 스티브 매크로 공안국장은 "요점은 법 집행 요원들이 거기에 있었고 그들이 관여해 라모스를 제압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모스를 사살한 국경순찰대의 라울 오르티스 대장은 "학교에 도착한 전술팀이 주저하지 않고 건물로 진입했다"며 "대원들은 신속하게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빅터 에스칼론 공안부 대변인은 경찰이 더 일찍 학교로 진입해 범인을 제압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어려운 질문"이라며 "조사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 전문가 케네스 트럼프는 CNN 방송에 나와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응하는 무장 경찰은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총격범을 바로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며 텍사스 경찰의 학교 진입이 지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