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대구, 경기 남양주, 충남 아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을 하지 않은 채 도망가는 '먹튀' 사건이 일어나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6일 부산 해운대구 한 횟집에서는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생선회와 소주 등 4만8천원 어치의 음식을 주문해 먹은 뒤 달아났다. 횟집 사장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사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국의 외식업 자영업자를 힘 빠지게 하는 먹튀 범죄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지난 8월에도 해운대 한 돈가스집에서 먹튀 피해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돈가스집에는 혼자 온 손님이 돈가스를 주문해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먹튀' 금액은 2만1천500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가스집 사장은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꼭 잡고 싶다"면서 "배고프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저뿐만 아니라 식당 사장님들 밥 준다. 제발 이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충남 아산시에서 남녀 6명이 22만원 상당의 회와 술, 안주 등을 먹고 계산하지 않은 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지만 잡히지 않자 횟집 주인의 지인은 참다 못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수하지 않으면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경고 글과 함께 폐쇄(CC)TV 화면 속에 나온 이들의 얼굴을 가린 채 사진을 올렸다.
이틀 뒤인 지난 7일 이들은 횟집 주인에게 "술에 취해 그랬다"는 사과와 함께 음식값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정선에서도 지난 6월 초 젊은 남성 2명이 소고기 40만원 어치를 먹고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근처 무인 편의점에서도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유명 횟집에서는 관광객 6명이 고등어회와 갈치구이, 주류 등 27만원 상당의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은 채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한명 씩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밖으로 나가더니 결국 모두 사라졌다.
식당 주인은 이들이 식사 도중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줄 알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 관광객은 "다른 사람이 계산한 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무전취식 사건 중 대부분은 술에 취해 계산을 깜빡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음식값을 낼 생각이 없었거나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음식을 시켜먹고 달아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물가 등에 의한 생활고를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일반화하기 어렵고, 단순한 착각이나 범죄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식당 '먹튀' 사건을 막으려면 철저한 추적과 엄벌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음식점 주인은 13일 "음식점에서 선불을 도입하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우리나라 문화로 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무전취식은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은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하면 1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지만 고의성과 상습성 등이 인정돼 사기죄가 성립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DNA 채취, 폐쇄회로 TV 분석 등을 통해 반드시 잡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