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어떡하지? 집에 불 나면 어떡하지?"
자녀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걱정을 나타내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이렇다할 근거 없이 지나치게 걱정하는 정신 질환이다.
일상에서의 불안은 정상 반응인데, 예를 들어 수험생이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거나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는 기저질환자의 불안감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과한 걱정과 함께 피로감, 집중력 저하, 복통, 가슴 답답함 등이 동반된다면 범불안장애인지 확인하기 위해 의사를 만날 필요가 있다.
범불안장애를 그대로 방치하면 우울증, 공황장애, 알코올 의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범불안장애는 청소년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면 불안장애 유형이다.
임수진 인천가톨릭대 간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전체의 11.2%가 범불안장애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런데도 범불안장애는 가정 내에서 정신질환이라기보다 예민한 성격으로 치부되기 쉽다.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받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불안을 정신질환으로 여기고 정신과를 찾아도 거부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년 인권 단체 '아수나로'가 지난해 9월 부산 지역 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급 의료기관 10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가 보호자 동의나 동행 없이는 진료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아수나로 관계자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보호자가 약 봉투를 보고 정신과에 항의하러 가는 경우가 있다"며 "진료 거부는 불법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보호자와의 논쟁을 사전에 회피하기 위해 혼자 오는 청소년의 진료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도 청소년들의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21년 공개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현황, 지원 제도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정신건강에 특화된 정책을 아직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보고서는 ▲WEE 클래스ㆍ센터 내 정신건강 전문 인력 고용 지원 부재(교육부) ▲상담센터 내 정신건강 인력 전문성 부족(여성가족부) ▲아동 및 청소년에 특화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부족(보건복지부) 등을 지적했다.
이처럼 청소년 범불안장애는 개인적ㆍ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가정 내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서호석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은 "범불안장애는 동반 질환이 발병할 때까지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에게 범불안장애 의심 증상이 보일 때는 가정 차원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기 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