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부산 도심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주차타워 화재는 외벽이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져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소방본부와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2004년 준공된 해당 오피스텔 건물은 외벽 단열재로 가연성 소재인 스티로폼을 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건물은 지하 3층 지하 23층짜리로 552세대 주민들이 거주하는 오피스텔동과 주차타워 동이 'T'자 형태로 붙어있는 구조다.
드라이비트는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2015년부터 법으로 금지됐지만, 그 이전 준공된 건물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화재는 주차타워 외벽 아래층에서 시작돼 위로 번진 것으로 확인된다.
최해철 부산진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 밑에서부터 화염이 드라이비트를 타고 위로 확산하는 과정이었다"면서 "확산 속도가 엄청 빠른 소재이다 보니 화재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패턴이 밑에서부터 V자 형태로 타고 올라갔다"면서 "저층부나 바닥층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돼 화재가 확대하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나 인근 상가로 번져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 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현재까지 연기흡입 외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길은 다행히 주차타워 우측 외벽만을 타고 올라가면서 화재 규모에 비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드라이비트 외벽으로 만들어진 오피스텔동 쪽으로 화재가 번졌더라면 자칫 아찔한 결과가 발생할 뻔했다.
현재 552세대 입주민 중 7명만 어지럼증 등 경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30여 명은 단순히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단장은 "주차타워 내부도 진입이 어려운 구조라 내부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밖에서 육안으로 확인한바 차량 피해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에 탄 드라이비트가 외벽에서 떨어져 주변으로 비산하면서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산소방본부가 오전 6시 32분 최초 신고 접수 후 50여 분만에 큰 불길은 잡았으나 주변으로 드라이비트가 날리자 오전 8시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대응 단계 격상 전후로 주차타워 주변 2층짜리 근린 생활 건물에도 불이 옮겨붙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드라이비트가 타면서 매캐한 연기가 주변 일대를 뒤덮어 해당 건물 주변 주민들에게는 한때 대피 권고 안전 안내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불은 현재 사실상 꺼진 상태이지만, 부산소방본부는 불씨가 숨어있지 않은 것을 모두 확인한 뒤 공식적인 화재 진화 선언을 할 예정이다.
주차타워와 오피스텔 내부에 스프링클러는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최 단장은 "오피스텔 건물 내에 소방시설 즉 스프링클러를 작동한 것은 확인했고, 주차 타워에도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져 있었다"면서 "다만 주차타워 내부의 스프링클러가 작동을 했는지는 진입상의 어려움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소방본부는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최초 화재 지점이나 화재 원인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