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최근 인공지능(AI) 챗봇에게 '서울대생이 졸업 후에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울대에서 갈고닦은 지식과 시간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하라"는 답변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유 총장은 24일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AI와의 이같은 대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삶이 여럿이 함께해야 하는 공동 달리기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인공지능이 던진 이 조언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이 이날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학사 2천154명, 석사 1천708명, 박사 775명 등 모두 4천637명이 학위를 받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서울대에서 열린 대면 학위수여식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대는 2019년 8월을 마지막으로 3년 간 온라인으로 학위수여식을 했다.
유 총장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는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주도적인 인재"라며 "새로운 출발에 앞서 스스로 돌아보고 그러한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의 개척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요동치는 세계 패권 구도, 기후변화 등 시대적 변화는 우리 사회에 혼란과 두려움을 던진다"며 "여러분들은 이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전환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의 팬데믹 시간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줬지만 동시에 지독한 성찰의 기회를 줬다"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경험은 강력한 삶의 백신이 돼 여러분을 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축사는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맡았다. 서울대 항공공학과 85학번인 고 본부장은 1991년 같은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 본부장은 "'당신들이 과연 할 수 있는 일이냐'는 외부의 비아냥에 슬퍼하고 분노했던 적도 있었고,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조직을 이끌며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매일 고행하며 참고 견뎌내는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스스로 목표와 생각이 흔들리지 않아야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흔들리지 말고 지켜나가는 꼿꼿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개발 같은 큰 사업을 하다 보면 늘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가상의 대처를 해보는 습관을 지니면 실제 어려운 일이 닥쳐도 많이 당황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