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실혼 커플 및 동거 가족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정식 '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 함께 생활해왔다 해도 한쪽이 사망할 경우 상대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공동의 자녀는 혼외자에 속한다.
여성계에 따르면 이런 '가족질서 밖 소수자'들을 위해 지난달 26일 국내 최초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두 사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관계에관한법률(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다.
생활동반자 관계란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맞게 일상과 가사를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를 의미하며 일상가사대리권,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혼인과 혈연이란 기준에 갇힌 낡은 법에서 나아가 소수자의 권리도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개신교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통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기 이전인 2014년 비슷한 법안을 마련했으나 당시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내 비혼인 공동체, 이혼한 한부모, 미혼인 한부모는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사회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국민이 혼인·혈연 여부와 관계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69.7%)하기도 했다.
이런 국민 인식을 바탕으로 여가부에서 지난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비혼 동커 커플과 아동학대로 인한 위탁가족도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으로 인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3-05-07 10:00:02
수정 2023-05-07 1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