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초등학교 시절,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인 동급생이 낀 무리에 학교폭력을 당했고 담임교사조차 오히려 추행에 가까운 학대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박한울(29)씨는 최근 SNS에 학교폭력 경험에 대한 글을 올렸다.
내용에 따르면 그가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6학년 시절, 현재 프로야구 선수인 A씨 등에게 따돌림 폭력과 모욕 등 학폭을 당했다며 A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가해자들은 "거짓말을 한다"거나 "축구를 못한다"는 이유로 몸과 얼굴을 때리고 욕했으며 하굣길까지 쫓아와 폭력을 일삼았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학폭에 시달릴 때, 이를 말려야 할 담임교사조차 폭력에 가담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친구에게 맞아 체육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는 박씨를 교실 앞으로 불러내 바지와 속옷을 벗고 '부상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박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박씨는 "그날 이후로 폭력 상황에 노출되면 한쪽 다리를 덜덜 떠는 등 트라우마를 겪었고 학업 성적은 날로 떨어졌다"며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적었다.
그는 4월27일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와 성추행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냈다. 이 민원을 접수한 서울 방배경찰서는 박씨 주장이 사실인지,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씨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으며 기억을 극복하려고 애썼지만 17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사과하고 그들을 용서함으로써 피해자가 회복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12년간 학폭 피해를 입은 경험을 공개한 표예림 씨의 고백 이후 자신의 사례도 공유하며 서로 위로하는 피해자도 늘었다.
표씨가 출연한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은 지난 3월 공개 이후 조회수 272만회를 기록하며 1만3천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자신도 학폭을 당했다는 고백도 상당수다.
박씨도 "지금에서야 사과받고자 하는 이유는 표예림 씨를 포함해 많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자기 상처를 드러냈기 때문"이라며 "나도 이제 드러낼 때가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잇따라 공개되는 학폭 피해 고백이 또 다른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본부장은 "학폭이 이슈가 되면서 뒤늦게 자신의 상처를 깨닫고 상담을 요구하는 성인의 신고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피해자에게는 오히려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