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각자 다른 연금을 탈 경우, 이혼 시점에 따라 전 배우자(전 남편이나 전 아내)에게 자신의 국민연금은 나눠줘야 하지만 상대방의 공무원연금은 분할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장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당사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주에 사는 A(62)씨가 연합뉴스에 알린 사례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A씨는 1989년 1월에 4살 연상의 공무원 B씨를 만나 결혼 후 19년가량 혼인 생활을 유지하고 2008년 2월 이혼했다.
A씨는 2021년 퇴직해 소득이 부족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을 2024년 11월에 받기로 예정돼있던 A씨는 조기 수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2월에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다.
본인 유효기간에 따라 수령 예정인 국민연금 수급액을 적게는 30~40%, 최대 50%를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헤어진 전처가 결혼 기간 가정경제에 기여한 부분이 있으니 비록 자신이 보험료를 부담해서 타는 국민연금이지만 일부를 노후 생활자금으로 나눠줘야 한다는데 수긍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A씨는 자신의 국민연금을 분할해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수령중인 전 배우자(B씨)의 수령액 일부를 혼인 유효기간에 따라 분할 청구할 수 있는지를 공무원연금공단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하지만 이혼한 전 배우자(B)에게 분할연금을 한 푼도 청구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처사라 생각해 분통이 터졌지만, 현행법으로는 구제받을 길이 없는 상황이다.
14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에서 연금 분할 관련 규정을 도입한 시기가 서로 다른 데다가 적용 대상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앞서 1999년 1월 1일부터 먼저 연금 분할제도를 시행했는데, 이에 따라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일정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집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17년이나 지난 후인 2016년 1월 1일부터 분할 연금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2016년 1월 1일 이전에 이혼한 A씨 같은 경우에는 전 배우자의 공무원연금에 대한 분할 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A씨의 민원에 답신한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의 분할연금 제도는 퇴직연금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도입된 것으로, 분할 청구권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법 시행일인 2016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지급 사유가 발생한 사람에게만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1월 1일 법 시행 전에 이혼한 사람에게까지 소급 적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헌법재판소도 2018년 4월 26일에 동일한 취지로 결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민원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관계자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분할 연금제도는 각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로, 현행 법령 내에서는 2008년 이혼 시 전 배우자의 공무원연금은 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사혁신처와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A씨와 유사한 민원 제기 사례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도 나오지만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관계부처의 의견 등으로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 2022년 11월 중순에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법상 분할연금 적용이 되는 시점 이후에 이혼한 경우에만 국민연금을 분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분할연금 제도의 도입 목적을 살리고 적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더 합리적인 분할연금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3-06-14 14:28:44
수정 2023-06-14 14:3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