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 시대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가 발견된 서울 종로 일대에서 이와 비슷한 유적이 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난방 시설을 갖춘 구조이며, 절 이름이 새겨진 기와도 함께 발견돼 과거 어떤 용도의 건물이었을지 주목된다.
9일 학계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은 최근 종로구 구기동의 한 다가구 주택 부지를 조사한 결과, 옛 건물터와 난방 시설 흔적 등을 확인했다.
조사한 지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었던 부지다.
이곳은 올해 초,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터가 대규모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던 신영동 유적에서 약 1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길 하나만 걸으면 닿는 정도의 거리다.
조사 결과, 구기동 부지에서는 신영동에서 확인된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와 연결되는 건물터 1동과 돌로 된 석축 3기 등이 발견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건물터의 평면 형태를 보면 '아'(亞)자 형으로 추정되며, 남아있는 규모는 전면 4칸, 측면 1.5칸"이라며 "북서쪽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물터 내에서는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돌인 초석(礎石) 8기와 함께 난방 시설로 추정되는 흔적이 2곳에서 발견됐다. 난방 시설은 신영동에서는 나오지 않은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 난방 시설은 승방 즉, 승려들이 머무르는 공간에서 썼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9세기 초에 창건했으나 대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된 것으로 전하는 강원 양양 선림원지를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과거 승방에는 난방 시설을 만들어 둔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하동 칠불사의 아자방(亞字房) 터 역시 예부터 온돌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효공왕(재위 897∼912) 때 지었다고 하는 아자방은 '아'(亞)자 형태의 온돌방으로, 불을 넣으면 상하 온돌과 벽면까지 한 달 가까이 따뜻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건물이 '아'자 형이고, 난방 시설을 갖춘 점에서 구기동 부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출토된 유물은 기와 조각으로, 여기에 새겨진 글자는 획을 약간 흘려 쓰는 형태의 글자와 비교할 때 '장의사'(莊義寺)라는 문구로 추정된다.
장의사는 과거 백제와의 싸움으로 황산(현재의 충남 논산으로 추정)에서 전사한 신라 장수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무열왕 6년(659)에 세웠다고 전하는 사찰이다.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옛 문헌에는 예종(재위 1105∼1122), 인종(1122∼1146) 등 고려 왕이 남경(南京)에 행차하면서 장의사를 다녀갔다는 기록도 있다.
사찰 입구에 세워두는 당간지주는 현재 구기동 부지로부터 약 380m 떨어진 세검정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발견된 유물과 유구를 볼 때 과거 장의사에서 관리하는 시설, 즉 장의사 사역(寺域·절이 차지하고 있는 구역)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출토된 청자, 도자 조각도 건물 성격을 규명하는 데 주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바닥 면에 '○' 형태가 음각으로 찍힌 청자의 경우, 앞서 고려 궁성(宮城·궁궐을 둘러싼 성벽)에서 출토된 잔 바닥과 비슷하다. 이런 형태는 전남 강진 사당리에서 만들었으리라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인접한 두 곳에서 잇달아 고려 유적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문화재위원회 산하 매장문화재분과 소속 전문가 3명이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들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유적의 성격과 보존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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