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나타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년 대비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자마자 나머지 항목의 오름세가 이어지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p) 넘게 올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이후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상당한 만큼 소비자 체감 물가는 계속해서 높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 4%대였지만 지속적으로 둔화하면서 4월(3.7%) 3%대로 떨어졌고 6월(2.7%) 2%대로 내려와 7월(2.3%)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반등했다. 지난 7월 상승률에서 1.1%p 오른 수치다.
이달 들어 소비자물가 오름 폭이 커진 것은 집중 호우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데다, 국제유가 오름세로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10.5%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5.4% 상승했다.
석유류 물가는 7월 중순부터 국제 유가 상승이 반영되면서 전월보다 8.1%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 하락했지만, 7월엔 25.9% 하락했던 점을 감안 하면 하락 폭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석유류 하락 폭 축소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3%에서 이달 3.4%로 상승하는데 석유류 물가의 기여도가 80%"라고 밝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해 지난 7월(3.9%)과 동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지난 7월과 같은 3.3%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8월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까지 비슷한 흐름을 보이다 10월 이후 3%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물가가 이같은 전망 대로 가더라도, 소비자 체감 물가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나타난 물가 둔화 현상의 상당 부분을 작년 석유류 가격이 워낙 높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가 차지하고 있고, 다른 부분의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석유류 기저효과가 여전히 살아 있는데도 3.4% 상승률이 나온 것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통화당국의 인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물가 안정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 때문에 정부의 전망대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