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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엔 우리 아이 말하기 능력 '이렇게' 키워보세요!<이아름 작가 인터뷰>

입력 2024-01-10 15:02:22 수정 2024-01-10 15: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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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가 세상을 살면서 적어도 말로 인해 손해는 안 봤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교과목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건 알지만 어떻게 교육하면 되는지 정보가 부족해 곤란했다면 관련 서적을 집필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아름 작가의 말 잘하는 교육방법론을 들어보자. 메모할 내용이 많으니 곁에 펜을 준비할 것.


KIZMOM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어떤 습관을 들이면 좋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가장 많이 갔던 곳이 서점입니다. 전 질문이 많은 아이였는데요. "엄마,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비는 왜 와?"와 같은 난감한 질문도 곧잘 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런 질문을 얼렁뚱땅 넘기지 않고 “그럼 왜 그런지 같이 알아보러 가자”라며 책을 찾아 함께 읽어주셨지요. 그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러한 영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경험이 말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 '어휘력'을 높여줬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듯, 내가 아는 단어와 표현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말도 풍성해집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은 절대로 입에서 나올 수가 없습니다. 특히 어릴 때 접하는 단어는 대부분 처음 듣기 때문에 습득력도 빠르고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어휘사전의 밑천이 됩니다. 책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유튜브나 영상에서도 다양한 표현과 어휘를 익히고 이를 실제로 대화에 적용해보세요.

KIZMOM 말 잘하는 아이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나요?
우선 말을 ‘많이 한다’와 ‘잘한다’를 구분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말을 잘한다고 오인하기 쉽지만, 말을 잘하는 아이들은 '생각하는 힘'을 지녔거든요.

예를 들어볼게요. 제 지인의 딸이 멋진 풍경을 보고 '와, 정말 감탄스러운 풍경이다'라고 말해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고작 5~6살 정도의 아이가 그 말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감탄스러운 감정은 어떤 것이고, 풍경이라고 일컫는 이미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름의 생각과 분석을 거친 뒤에야 나온 말이니까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여기에 풍성한 어휘와 표현이 덧붙여진다면 자연스럽게 잘 쓰고 잘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 요령이나 스킬을 배우기 위한 학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와 울림이 생기죠.

KIZMOM 부모님 입장에서는 '나부터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부모님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오히려 말을 잘 하게 도와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죠.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배우는 것도 있지만, TV를 없애고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들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요.

부모님들께는 우선 자녀의 말을 잘 듣고 아이가 한 말에 대해서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얘기해보는 대화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 제 경험이기도 한데요. 저는 학교가 끝나면 귀가한 순간부터 밥을 먹을 때도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떠들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께서 '그만 말해', '밥 먹을 때 조용히 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래?"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라고 맞장구를 쳐주시면서 이야기를 계속하게 해주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주 뛰어난 달변가는 아니셨지만 이런 환경이 말하는 데 익숙해지고 또 자신감을 가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대화할 때 말을 잘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게 현실에서는 어렵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많이 듣고, 말의 눈덩이를 키우면서 오래 굴릴 수 있는 말동무가 되어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KIZMOM 최근 집필하신 도서 <말하기가 능력이 될 때>에서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을 구분하셨어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7년 동안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어?" 였습니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말을 잘하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이미 말을 잘 하고 있지만 '제대로 말하는 법'을 모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가 스피치 학원 같은 곳을 다닐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먼저 '말을 잘하는 것'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합니다. 보통은 아나운서 같은 발음에 끊어지지 않고 유창하게 말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실 텐데요. 사실 이 이미지 때문에 우리들 대부분이 말하기에 겁을 먹습니다. 대부분은 그런 말하기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말을 하는 목적은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학교에서의 발표, 입시 면접부터 사회에 나가서까지 모든 말하기에는 각각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 같은 말하기 상황은 없습니다. 상황과 대상, 목적에 따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가 달라집니다.

바로 그걸 아는 게 '잘 말하는 법' 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내용들을 이번 책에 자세히 설명해 두었답니다(웃음).



KIZMOM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버려야 하는 세 가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어요.
‘프레젠테이션은 무조건 멋있게 보여야 한다’

이런 강박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실수 세 가지를 책에 말했어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가장 먼저 오프닝이나 표지에 쓸 사진을 검색해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사진, 명언 등 멋있어 보이는 것을 가져다 쓰거나 오프닝과 클로징에 집착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발표에 특별히 도움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전달해야 할 내용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만 얻어 걸려라'는 식의 모든 내용 쏟아붓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또에 아무리 좋은 숫자를 써도 6개가 넘으면 무효인 것처럼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때와 목적에 맞는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기존에 '프레젠테이션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던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이 발표를 왜 하는지에 집중하게 되면 말을 하기에 앞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KIZMOM '제발, 원고는 쓰지 말아라'라는 조언도 하셨죠. 반전 있는 조언인데요.
제게 말하는 법을 물어보는 10명 중 9명은 원고를 써서 외우는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준비하는 말하기는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방송처럼 재촬영을 하거나 프롬프터를 보고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죠.

현장의 상황은 날씨와도 같습니다. 갑자기 생각지 못한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특히 발표자가 외운 것을 까먹기라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대부분은 잊어버린 그 지점부터 말을 이어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외운 것을 복기하기 때문이죠. 마치 하나의 조각 때문에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도미노와도 같습니다.

또한, 원고를 쓰게 되면 평소 우리가 자연스럽게 말하는 구어체 문장이 아니라 문어체로 쓰게 됩니다. 당연히 그것을 말로 하게 되면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전체 원고를 쓰는 것보다는 건물의 설계도를 그리듯 서론-본론-결론에서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조를 그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제 제가 쓰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원고 대신 지도를 그려야 하는 걸 기억해주세요.

KIZMOM 말하는 게 두려워 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는 시대예요. 그만큼 말하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인구가 늘고 있어요.
이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는데 오히려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어쩌면 언제든 연락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소통에 대한 간절함을 약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고, 비대면 소통수단이 많다 보니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낯설게 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느냐고요?

요즘 새롭게 등장한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처럼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왜 무서운 것인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친구들은 말하는 것이 당연히 무서울 겁니다. 이렇게 말하기 책을 쓴 저 또한 신입사원 때는 누가 제 전화 소리를 들을까 봐 밖에 나가서 통화하기도 하고, 전화를 걸기에 앞서 메모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말을 하는 건 떨립니다. 다만 '내가 말을 못 해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면 문제의 반은 이미 해결된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는 말을 잘한다는 찬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문자나 카톡, 메신저로 보내던 것과 같은 메시지인데 전달하는 수단만 텍스트가 아닌 소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어떻게 말하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말문을 여는 것이 한결 편해지실 거예요.

책 내용 적용하기, 이렇게 말해보세요!
반장 선거를 준비하는 아이에게
친구들 앞에서 말하기가 떨린다면 네 앞에 당근농장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봐. 친구들이 수많은 당근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말하기가 좀 더 쉽겠지? 그때부터는 시선을 골고루 나눠주되 한 명에게 좀 더 오래 머물러 있으면 돼. 잘 웃어주거나 반응이 좋은 친구를 기억했다가 종종 쳐다보며 긴장감을 덜어내는 거야.

PT를 맡게 된 남편에게
PT 전문가는 15분간의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 보통 65장의 슬라이드를 사용한다고 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당신도 PT 자료를 만들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PT 순서는 두괄식과 양괄식 중에 선택하는 게 좋고. 내용을 암기할 때는 텍스트 대신에 이미지로 기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해.

이아름 작가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24-01-10 15:02:22 수정 2024-01-10 15: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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