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담배를 판 미성년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제보자 제공) / 연합뉴스
한눈에 봐도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신분증 검사 없이 담배를 팔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 편의점 점주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4월 B씨에게 담배 3갑을 팔았다. 미성년 학생인 B씨는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를 피우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고, B씨는 A씨의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고 진술해 결국 A씨는 형사 처벌과 영업정지 처분을 동시에 받게 됐다.
다만 검찰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B씨 모습이 학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참작해 사건을 불기소하고 벌금만 부과하기로 했다. 관할 관청도 영업정지 기간을 7일에서 4일로 줄여줬다.
실제로 영상 속 B씨는 머리숱과 몸짓, 표정, 얼굴 등을 볼 때 미성년자를 의심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는 것은 불법이므로 A씨는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제가 계속 어려운 가운데 간신히 생계를 유지 중인 상황에서 잠깐이라도 영업정지를 당하면 타격이 커 화가 나고 걱정이 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게다가 B씨의 외모는 누가 봐도 성인이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를 안 했다고 처벌받는 것이 억울해 국민투표를 해보고 싶다는 입장이다.
담배사업법은 모든 고객의 신분증 검사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으며, 미성년자 판단 여부는 판매자에게 맡기고 있다.
A씨는 "B씨의 얼굴을 보고 신분증을 요구할 점주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단 하루라도 장사를 해야 적자를 면하고 대출 상환이 가능한 소상공인의 생계를 옥죄는 영업정지 처분은 편의점뿐 아니라 요식업을 하는 분들이 폐업하는 주요 원인이다. 사법 당국이 형사처벌을 하고 행정 당국이 다시 영업정지를 내려 이중 처벌을 하는데 행정제재는 과태료나 교육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도 억울한 법 집행으로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미성년자 담배 판매에 대한 행정처분이 영업정지밖에 없어 소상공인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폐업하게 만든다. 행정제재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번 사례를 본사에 보고하고 일선 점주들에게도 공유해 B씨가 다시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했다. 실제 B씨는 A씨에게 피해를 준 후 다른 편의점에서도 담배 구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관할 구청 담당자는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영업정지 기간이 과거 두 달이었지만 올해 법이 바뀌어 7일로 줄었다"며 "A씨 경우는 정상을 참작해 3일을 더 줄여주었지만, 규정을 어기고 행정처분을 안 할 수 없다. 법이 다시 바뀌지 않으면 A씨 같은 사람을 구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담배사업법의 모호한 규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성년자에게 팔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담배 판매업자가 모든 고객에게 신분증을 검사하도록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고객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했거나 폭력을 동원했을 때만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를 무죄로 하고 있다. 따라서 A씨처럼 성인인 줄 알고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가 처벌받는 억울한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