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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반공무원보다 교사들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보훈병원 민진령 연구부장과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10년간 공무원연금공단의 공상(공무원 산업재해신청) 데이터(4만6천209명)를 분석한 결과,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유독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학술적 목적으로 공개한 공무상 재해 신청과 승인 결과 10년 치(2009~2018년)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일반직(행정·기술) 공무원과 비교한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hazard ratio)는 2.16배나 높았다.
구체적으로 우울증 2.07배, 급성스트레스 2.78배, 기타 정신질환 2.6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교사들은 '생존 곡선' 분석에서도 다른 공무원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특징을 보였다.
생존 곡선은 같은 그룹 내 연령에 따른 생존율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이번 연구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른 정신질환 발생률을 확인할 수 있다.
10년간 후향적으로 추적이 이뤄진 이 분석에서 교육공무원의 생존 곡선은 조사 초기 단계부터 일반직 공무원은 물론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보다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생존 곡선을 통해 교사들의 정신질환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한 게 아니라, 10년 또는 그 이상 잠재됐던 문제가 최근 표면으로 드러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훈의학연구소 민진령 연구부장은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교사들의 정신질환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한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잠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근로환경과 결부한 예방의 중요성이 매우 큰 직업성 정신질환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부장은 "10년간의 후향적 추적 조사로 교권 침해에 따른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와 정신건강의 위험이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한 연구 결과"라며 "전통적으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높고 교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 교사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외국보다 훨씬 심한 게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옥스퍼드 직업의학'(Occupational Medicine-Oxford) 최신 호에 실렸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