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키북]어둠을 지키는 사람들의 하모니 '밤의노래'
흔히 ‘모두가 잠든 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어린 아기가 부모님의 자장가 소리에 맞춰 잠이 든다. 모두가 잠든 밤. 그 때부터 밤의 노래가 시작된다. 아기와 사람들이 편안한 잠에 빠져든 동안 누군가는 아기의 평화를 위해 밤에도 불을 환하게 켜놓는다. 캄캄한 어둠과 그들의 밝음이 대비돼 밤은 더 이상 어둡고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내일을 위해 회복하고 침잠하는 곳이다. 그래서 밤은 태양과 자리를 맞바꾸기까지 조용한 활기를 띤다. 병원, 소방서, 건설업 종사자, 물류센터 직원, 군인, 환경미화원, 파일럿, 등대지기 등 아이는 물론이고 곁에서 책을 함께 읽던 부모도 잊고 있었던 존재들이 등장한다. 어두운 톤을 주로 사용하지만 그 속에서도 명암을 표현해 따뜻하고, 고요하며, 아늑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밤의 노래는 계속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으며 아이가 잠든 사이에도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POINT 우리가 잠들어 있는 밤에 깨어 있는 존재는 또 누가 있을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더불어 ‘밤’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른 책이 또 있다. 지난 2018년 1월 31일자 '오늘의 키북' 코너에 소개됐던 ‘밤의 소리를 들어봐’다. 이 책도 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연결되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아이의 감수성을 확장시켜보자. 도서 : 밤의 노래 / 글 천미진 그림 곽수진 / 다림*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서 : 밤의 소리를 들어봐 / 글·그림 에밀리 랜드 / 옮김 안지원 / 봄의정원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2022-07-07 14:56:17
[오늘의 키북] 쓸모없어 보여도 소중한 것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고물이 보물이 되는 별난 만물상"동화에 나오는 맥더프 아저씨는 무엇이든 모으길 좋아한다. 못 쓰는 타이어, 조그만 나사, 구멍 난 양말, 퍼즐 조각까지……. 언젠가는 어딘가에 꼭 쓸모가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그런 쓰레기인데도 말이다. 맥더프 아저씨의 잡동사니들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새것이 좋아, 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사야지"맥더프 아저씨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아저씨를 이해하지 못한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고장난 물건을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주인공 '모'가 아저씨 집 앞에 고장난 자전거를 버리고 간 다음 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부숴졌던 모의 자전거가 다시 새것처럼 튼튼한 자전거로 탄생한 것이다. 벨과 바구니도 달려 있었다. 맥더프 아저씨가 자신의 잡동사니를 이용해 모의 자전거를 고쳐준 것이다.이때부터 모와 모의 가족, 이웃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아저씨가 버려진 물건도 소중한 보물처럼 여긴 것처럼, 사람들도 새 것만 추구하지 않고 나만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잘 고쳐쓰고 아껴쓴다. 동네는 아기자기한 보물창고처럼 바뀌어 간다.POINT. 잡동사니 그림 속에서 보물을 찾는 즐거움맥더프 아저씨가 집안 곳곳, 마당 곳곳에 모아 놓은 잡동사니들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를 재미난 세상으로 이끈다. 에밀리 랜드의 따뜻한 그림을 통해 탄생한 잡동사니들은 화면 곳곳에서 수줍게, 하지만 강하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다. 닳아서 못 쓰는 타이어, 녹슨 파이프, 너덜너덜한 인형 머리, 구멍 난 양말, 끊어진 전선 뭉치, 퍼즐 조각 등 화면을 가득 채운 잡동사니들은 숨은그림 찾기를
2022-01-17 16:50:52
[오늘의 키북]할머니를 재미없어 하는 아이에게-'우리 할머니 김복자'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부모 육아는 더 이상 소수 가정만의 특수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본인과 신체적으로 있는 힘껏 놀아주기 힘든 할아버지·할머니를 답답해한다. 부모에게 티는 안 내지만 내심 조부모 집에 가기를 꺼리는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면 이 책을 읽어주자.단이는 엄마의 사정으로 할머니네 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가 싫은 건 아니지만 같이 축구를 하거나 뛰어놀지 못하는 할머니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낼 친구가 더 필요하다. 단이에게 사랑을 듬뿍 안기며 돈가스를 해주겠다고 하는 할머니를 피해 방으로 숨어든 단이는 우연히 시간 여행을 떠난다.여행을 떠난 곳은 할머니의 시간이다. 책장에 꽂힌 앨범 뒤 시공간을 연결하는 틈새 너머로 또래인 '복자'가 고개를 내민다. 단이는 복자와 신나게 뛰어논다. 그러다 누나, 이모 '복자'를 차례대로 만난다. 어른인 아빠, 엄마는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함께 몰려다니고, 다친 곳에 약을 발라준 뒤 숨바꼭질을 하다가 배고픈 단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 주겠다고 팔소매를 걷는 ‘복자’는 모든 단이의 할머니다. 할머니도 단이 만큼 어렸던 시절이 있었고, 커가면서 단이를 키울 정도로 어른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할머니를 이해한 단이는 마음의 문을 열고 할머니와 마주 앉아 맛있게 돈가스를 먹는다.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시공간 이동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다뤄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다. 시대를 연상시키는 그림 속 배경이 아이에게는 과거를 학습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복자가 성장할 때마다 달라지는 배경 속에서 아이가 처음 보는 물건들이 많을 것이다. 역사 박물관에 가기 전 선행 학
2018-03-15 18:30:09
[오늘의 키북] 네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 - '밤의 소리를 들어봐'
네가 잠든 사이, 이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눈을 감고 있다고 해서, 바깥이 캄캄하다고 해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춘 건 아니야. 맞아, 잘 안보이긴 하지. 그러니까 눈을 감아볼래? 그리고 귀를 크게 열어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렴.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귀로 듣는 세상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거야. '밤의 소리를 들어봐'는 공감각적인 제목만큼 시각과 청각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동화다. 이 이야기는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한다. 늦은 저녁 웃고 떠드는 거리의 사람들, 집에 가는 길을 비춰주는 상점과 가로등의 환한 불빛 그리고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새벽 청소를 하는 건물 관리 직원까지 아이가 자고 있을 무렵 세상은 고요하지만 멈춰있지는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화 속 그림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건물 외관에서 아파트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사는 단면을 살펴보면 저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고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바로 이 점이 아이가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되는 이유다. 전철 안 승객,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연인, 뒷설거지를 마무리하는 아빠를 보고 나면 바로 근처에서 또 다른 스토리텔링하는 요소가 눈에 들어온다. 바깥은 어둡지만 그림을 보는 아이는 환한 불빛 덕분에 실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어 아이는 비밀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아이가 조금 성숙하다면 이를 통해 어려운 개념으로 들어가서 '사생활'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도 깊이 있는 책읽기가 될 수 있다. 실내에 있는 사람은 바깥이 어둡기 때문에
2018-01-31 14:54:18
[오늘의 키북] 우리는 여기에 있어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집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갔다.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다가 "자,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니 아이가 애원하다시피 엄마에게 말한다. "나 그냥 여기에서 살면 안될까? 엄마가 나 보러 여기 오면 되잖아"엄마는 평소 많은 육아서에서 읽은대로 공감으로 서두를 열며 아이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그래, 00이가 친구랑 계속 놀고 싶구나. 그런데 저녁 먹고 잠을 자는 건 각자 집에서 해야지. 여긴 우리 집이 아니잖아" 이쯤되면 아이가 '네, 엄마. 이제 우리 집에 가요'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제부터 00이네 집을 우리 집으로 하면 되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어디에 있는거지?'라는 물음표로 첫 장을 열면 무채색의 그림이 펼쳐진다. 별, 달, 바람부터 고래, 물고기, 파도, 풀, 사슴, 새, 개구리, 거북까지 물의 농도 조절만으로 등장인물을 수수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자연적인 존재들 사이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이 나온다. 그림은 마치 '여기가 너의 집이야'라고 말하듯 무채색 가운데 유채색으로 가리키고 싶은 곳을 표시했다.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모든 존재에게 각자 가장 편안한 휴식처가 있으며 그 곳을 '보금자리' 혹은 '집'이라 부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집'에는"네가 어디를 가든, 어떤 대단한 것을 보든,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여기에 있을 거야. 너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존재들이 있다고 이야기는 말한다. 아이가 이를 알게 되면 자신의 집이 얼마나 소중하고
2018-01-22 13: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