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북]상상력으로 발견하는 법 - '없는 발견'
해리포터가 다니던 학교 호그와트에서 교과서로 채택한 '신비한 동물사전'. 당시 해리포터에 열광하던 아이들은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 발을 동동 굴렀지. 카알 다윙 씨가 정기 구독하는 '월간 동물 신화'도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 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내용이 있어. 이건 실존하기 때문에 책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돼. '없는 발견'은 제목이 아이러니하다. 발견의 사전적 의미는 '미처 찾아내지 못했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다. 이미 존재하지만 묻혀 있어 누군가 양지로 꺼내주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발견 앞에 '없는'이 붙는다. 존재를 전제로 한 상태여야 '발견'이라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없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편견'이라고 말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없는 (하지만 상상력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발견'이 된다. 주인공 카알 다윙은 많은 이의 얼굴을 갖고 있다. 몽글몽글 솜뭉치 같은 수염이 아이에게는 산타클로스를, 부모에게는 찰스 다윈을 연상시킨다. 아이에게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주고, 부모에게는 깨달음을 주니 어느 쪽을 생각해도 무방하다. 구독지를 우편함에서 꺼내 집으로 돌아가던 다윙 씨는 문득 바닥에 찍힌 발자국이 자신 외에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상상을 시작한다. 발자국이 하나였을 때, 한쪽 다리를 다친 사람 혹은 꼬리로 폴짝 뛰는 뱀, 몽유병에 걸린 반려조(鳥) 앵무새 캐롯을 떠올린다. 누
2018-02-22 15:27:33
[오늘의 키북] 최강 반전 동화-'로봇 소스'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촉감책, 사운드북 기억나니? 동화를 눈으로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듣고 느끼는 감각까지 사용했었지. 이제는 제법 글을 깨우쳐서 글자가 많은 동화도 척척 읽어 내려가지만 오늘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독특한 책을 읽어볼까 해. 제목도 특이하니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네게 아주 딱 맞아. ‘로봇 소스’는 내용도 재밌지만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내지의 구성에 있다. 로봇으로 변신하고 싶은 주인공이 로봇 소스 비밀 제조법을 입수해 그렇게나 바라던 로봇이 된다. 로켓 주먹, 레이저 빔을 쏘고,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건물과 차를 통째로 날린다. 그러자 평범한 인간인 가족들은 로봇이 된 주인공을 피한다. 외톨이가 된 로봇을 측은하게 여긴 화자는 로봇 해독제를 건넨다. 반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로봇 해독제를 조제한 주인공은 단숨에 해독제를 삼키고 인간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즐거운 로봇 놀이였어'라며 결말을 낸다. '로봇 소스'는 다르다. 해독제를 찢어버린 주인공은 로봇 소스 발사 장치를 작동시켜 주변의 모든 존재를 자신과 같은 로봇으로 만들어버린다. 주인공은 더 이상 화자의 지배 아래에 놓인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주체성을 갖고 움직인다. 심지어 책 표지조차 로봇이 가득한 세상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바꾼다. 이야기 결말도 화자의 개입을 배제한 채 주인공이 직접 마무리 짓는다. 책을 아예 다른 책으로 바꿔버리는 작가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은 이 세상에 없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판타지와 같다. POINT'로봇 소스'에서 '로봇책'으로 변한 책의 새로
2018-02-21 18:10:18
[오늘의 키북]겨울이 궁금한 곰
성장하면서 사라진다는 아기들의 여섯 번째 감각 '등센서'. 엄마의 체감상 오감보다 100배 더 민감해 어서 감각 퇴화가 진행되기만을 바란다는 바로 그 감각이다.아기가 두 눈 꼭 감고 새근새근 자는 걸 확인한 뒤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는 순간, 실눈을 뜬 채로 엄마의 슬로우 모션을 다 보고 있었는지 등에 폭신한 무언가가 닿자 눈을 번쩍 뜬다. 엄마의 '이거 실화냐'하는 허탈한 눈빛과 아기의 '나 아직 안 잔다. 어서 들어라'라는 승리의 눈빛이 교차한다. 엄마는 다시 아기를 안으며 등센서가 퇴화하는 '그 날'을 꿈꾼다. 그런데 등센서가 오히려 더 발달해 잠을 안 자기로 작정한 아이가 돼버렸다. 직장인도 아니면서 하루 24시간을 27시간처럼 활용하는 아이의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이가 자야 엄마도 개인 시간이 생기는데 도통 잠을 안 자니 엄마만의 시간은 꿈도 못 꾼다. 아이도 할 말은 많다. '너무' 즐겁고, '너무' 신나는 이 세상을 다 탐험하려면 시간이 부족한데 엄마는 자꾸만 자라고 성화다. 열심히 자야 키고 크고 건강해 진다고 한다. 나는 그것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는데 말이다. 엄마와 아이의 귀여운 대결은 '겨울이 궁금한 곰'에서 나무 요정 투코니와 곰으로 치환된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에게 겨울의 재미를 알려주며 바람을 넣은 비숑이 유유히 사라지고, 곰은 남들이 다 베개를 짊어지고 자러 가는 가운데 안 자겠다고 버틴다. 어떻게 해서든 곰을 재우려는 투코니들은 따뜻한 베개, 맛있는 간식, 아늑한 야광별을 대령하지만 곰은 꾀를 부리며 침대를 벗어난다. 결국, 마지막으로 겨울잠에
2018-01-25 13:3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