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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웹툰 작가 '노란구미'가 말하는 출산 후 한·일 차이점

입력 2014-07-21 18:06:59 수정 2014-08-04 09: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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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보다는 ‘노란구미’로 더 유명한 정구미 씨. 정 작가는 ‘노란구미’라는 이름으로 토요일마다 네이버에 '은주의 방'이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정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은주의 방'은 10점 만점의 평점에 근접하는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웹툰이 한 편 업데이트될 때마다 덧글도 2천 개부터 많게는 6천 개 이상 달리는 인기 웹툰이다.

웹툰 ‘은주의 방’은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백조가 된 은주가 셀프 인테리어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돕게 되고 자신감을 찾게 되는 내용이다. 쉽고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방법 및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많다.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실제 사진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전후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작가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는 물론 소꿉친구 민석이와 이루어질듯 말듯한 러브라인 또한 여심을 자극해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정 작가는 작품 속의 은주처럼 실제로 블로그(http://blog.naver.com/gumi791)를 운영 중이다. 블로그에는 은주의 방을 비롯해 이전 작품들, 정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인테리어 정보, 가족 이야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은주의 방'을 연재하면서 얼마 전에는 예쁜 딸 세연이까지 생겨 이제 백일이 됐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고, 한국 남자와 결혼해 이제는 엄마가 된 노란구미 작가를 만나 웹툰 작가 엄마의 일상 및 한국과 일본의 육아 차이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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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zmom
일본에서 자랐는데 한국에는 언제 왔고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
노란구미 아버지께서 재일교포시고 어머니가 한국 분이다. 아버지께서 한국에 오셔서 어머니를 만나게 됐고, 두 분이서 결혼하신 뒤에 다시 일본으로 가신 거다. 나는 일본에서 자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그리고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 실기 시험을 쳐서 입학하게 됐다. 그리고 대학교 만화 동아리에서 남편을 만나서 2008년에 결혼했다.

남편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나가는데 누군가 수저통을 건드려서 수저통이 쏟아졌다. 다들 그냥 지나치는데 이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서 그걸 도와 주더라. 그 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반했다(웃음). '아 착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와이프가 한국말도 익숙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는데 나는 신기하게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주위에서 어떻게 그걸 알아듣냐고 놀랄 정도였다(웃음).

kizmom
이제 아이가 생겨서 웹툰 작업과 육아를 병행해야겠다.
노란구미 그렇다(웃음). 쉽지 않다. 집에 있다 보니까 아이가 자지 않는 이상 작업이 안 된다. 작업은 보통 깨어 있는 내내 한다고 보면 된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9시까지 작업을 하는데 아기를 보면서 하니까 그냥 작업할 때보다는 힘들다. 남편도 집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이를 함께 돌보고 있지만 아이가 울 때마다 달래야 하는 등 집중에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도 다른 엄마들보다는 편하다. 남편하고 함께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으니까. 베이비시터도 좋지만 가족만큼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Kizmom 현재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 '은주의 방'이 지난 11일에 1부가 완결됐다. 2부는 언제 나오는지?
노란구미 2부는 올해 말에 나올 것 같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련된 주제다 보니 제작과 촬영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부는 1부와 분량이 비슷하거나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3부가 생길 수도 있고 '은주의 방'에서 확장된 '은주의 집'이 생길 수도 있다.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

kizmom 1부가 총 40회였는데,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스토리나 에피소드는?
노란구미 아무래도 고시생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이 쓰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은주의 블로그를 보고 자기의 방도 인테리어를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데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은주의 도움으로 방이 환하게 바뀌니까 학생의 성격도 더 밝아지고 공부도 더 잘 되는 내용이다.

웹툰을 보면 실제 사진으로 작업 전 모습과 작업 후 모습이 나온다.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라면 괜찮은데 미래가 불안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리게 된 에피소드다. 사실 내 남편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현장에 찾아가서 셀프 인테리어했던 집들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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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서 이슈가 된 스컬프 곰팡이제거제는 건축학과 출신인 남편 친구가 알려 주었다. 그 분들은 곰팡이 없이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효과가 너무 좋아서 독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kizmom 웹툰 속에서 은주를 짝사랑하고 있는 소꿉친구 민석이가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멋있게 그려져서 인기가 많다. 민석이는 실제 인물인지? 주변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했다.
노란구미 있지 않을까(웃음)? 실제 디자인 회사에도 민석이처럼 열정 있고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사용한 캐릭터는 아니다.

kizmom '은주의 방'을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게 된 계기는?
노란구미 신혼방 만들면서 인테리어에 대해 관심이 갔다. 신혼 때는 작은 집에서 살았는데 가구 몇 개 들여놓으니까 공간이 다 차 버렸다. 그러다 이번에 넓은 집으로 이사하게 됐는데, 그 동안 갖고 있던 가구들을 놓았더니 빈 자리가 너무 많은 거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꾸미는 과정에서 인테리어를 하게 됐고, '이걸 만화로 풀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연재하게 됐다. 아이디어는 주로 친구들과의 대화나 책, 인터넷에서 얻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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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캐릭터들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은주가 작품 속에서 치킨이라면 어떤 슬픔이든지 다 잊어버리는 ‘치킨홀릭’으로 그려졌는데 혹시 작가 본인의 모습은 아닌지?
노란구미 처음에는 민석이와 은주라는 캐릭터만 구상을 마친 상태였고, 웹툰에 등장하는 신혼집인테리어 같은 정보 등은 '817 디자인스페이스'라는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은주의 성격에 대해서는 백조가 되고 나서 망가진 여자를 생각했는데, 왠지 그런 상황이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배달 음식을 많이 시킬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킨은 옳다", "치킨은 진리다"라고 하는 점에 착안해서 치킨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은주의 모델이 된 룸메이트는 실제 편집 디자이너였다. 능력이 뛰어나서 회사 사람들이 많이 따른 친구였다. 하지만 은주처럼 지저분하게 살지는 않았다.

kizmom 네이버에는 웹툰을 보고 나서 독자들이 남기는 평점과 덧글 란이 있지 않나.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란구미 마감보다 더 무서운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네이버에 올라가고 난 다음 사람들의 덧글을 보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 독자들이 다음 내용을 예측할 때는 오히려 재미있다. 악플만 아니면 감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덧글은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이었다. 작가 입장에서도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게 어려운 일인데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말씀해 주시면 '내가 잘 표현했구나' 안심이 된다. 몰입에 따라 재미가 결정되지 않나. 그래서 웹툰 작가들에게는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이 점이 어려웠구나, 다음에는 이렇게 풀어가지 말아야겠다' 하고 반성을 하기도 하고.

kizmom 웹툰에 인테리어 내용이 많이 나온다. 혹시 아기를 위한 인테리어도 생각 중인지?
노란구미 아직은 아기가 너무 어려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필요할 것 같다. 아기가 있으니까 기저귀 같은 아기 물건들 때문에 집이 난장판이 되더라. 아기가 어느 정도 크면 아이에 맞는 디자인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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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zmom 블로그를 보니 음식과 장식부터 시작해서 아기 백일상을 아기자기하게 손수 차리셨더라.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포장한 쿠키 선물도 인상적이었다. 원래 백일상을 엄마 손으로 준비할 계획이었는지?
노란구미 일본에서 자라서 원래 백일상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친구들은 아기 백일 때 직접 옷까지 만들어서 열심히 해 주더라. 요즘 대여가 유행이라 알아봤는데 백프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직접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내 손으로 준비하게 됐다.

kizmom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일본에서 자란 엄마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일본에서 자라다 한국으로 왔을 때 느꼈던 일본과의 육아 차이가 있는지?
노란구미 (망설임 없이)산후조리. 아직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산후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친정어머니 집에서 2주에서 한달 정도 쉬다가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아기를 낳은 다음 산후조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출산 후에 무리하면 나중에 몸이 아프다고 몇 달 동안 거의 아무 일도 못하게 하니까 말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남편이 산후조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편이 먼저 권유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남편도 육아에 대해 많이 이해를 해 줘서 좋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육아가 힘들다는 점을 남편이 알더라도 직접 육아에 참여하는 문화는 아직 아니다.

kizmom 엄마는 일본어가 한국어보다 유창하겠다. 나중에 아이에게 일본어도 가르칠 계획인가?
노란구미 그러려면 엄마가 상당히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엄마한테는 일본어로 대답해야지!" 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은 내가 경험자다. 엄마가 한국인이셨지만 일본어로 말해도 엄마가 알아들으시니까 한국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엄마 입장이 되니까 아이에게는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를 가르치고 싶다.

kizmom 한국에서의 실제 취업 이야기를 다룬 '돈까스 취업'이라는 작품을 봤다. 한국에서도 외국어 교육 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실제로 일본어를 잘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노란구미 일본어를 잘해서 한국에서 유리했다기보다는, 어떤 분들을 상대로 일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 라인에서 일본 분들을 상대로 일한다면 일본어를 잘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나는 웹툰 작가지 않나. 그래서 일본어를 잘한다는 점이 딱히 메리트는 아니었다. 시각디자인과를 나오고 회사에서 일도 해 봤지만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이 가장 좋았다.

일본도 토익을 보긴 하지만 한국만큼 심하진 않다. 한국은 유별난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못하면 졸업하고 나서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지금 한국 분들이 일본어를 잘한다면 일본 취업이 쉬울 것이다. 그쪽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남편 친구도 어학연수 없이 한국에서 공부했는데 이번에 일본 대기업에 취업하게 됐다.

kizmom 딸 세연이가 나중에 엄마처럼 웹툰 작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노란구미 그림 그리는 건 나도 남편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나중에 세연이가 자라서 웹툰 작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겠다.

kizmom 그래도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 뿌듯하시겠다. 집에서 일하시면 일하는 엄마와 집에 있는 엄마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지 않나.
노란구미 워킹맘들은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출산 전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있는데 육아에 전념하려면 그걸 버리고 아이를 돌봐야 하지 않나. 육아와 일 사이에서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워킹맘들이 출산 후에 다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아기를 돌보게 되면 엄마를 위한 시간이 전혀 없다. 그러다 보면 문득 자기가 바보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블로그 등으로 다른 엄마들과 소통도 하고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려는 엄마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육아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키즈맘 노유진 인턴 기자 kizmom@hankyung.com
입력 2014-07-21 18:06:59 수정 2014-08-04 09:27:58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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